“여성 게임 캐스터로 19년 버틴 원동력은 결국 ‘팬’”

마수연 / 기사승인 : 2018-07-02 15: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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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e-스포츠 전문 캐스터 정소림 인터뷰 - ②
사진 : 스포츠W

오랜 시간 여러 리그를 거쳐온 만큼 정소림은 많은 장르의 더 많은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한 선수의 데뷔부터 전성기, 은퇴까지 지켜보는 경우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중 정소림의 인터뷰 단골 손님은 워크래프트3의 김성식이다. 김성식이 한국 선수 최초로 WCG 워크래프트 금메달을 따낸 순간을 중계하던 정소림은 해설인 오성균과 눈물을 흘리며 많은 팬들을 뭉클하게 했다. 최근 김성식이 “언급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어떤 선수를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는 정소림은 ‘워낙 오래 됐다’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을 언급했다. “홍진호, 임요환 등은 이제 그냥 친구 같다”며 웃던 그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도 자주 만난다.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다”며 친밀함을 보였다.


이외에도 스페셜포스 리그부터 오버워치 리그까지 지켜보고 있는 류제홍, 김인재, 이태준 선수 등 많은 선수들과의 친분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정소림은 많은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소림은 리그 시작 전 선수들과 만나 짧은 몇 마디의 대화나 인터뷰를 한다. 그가 처음 e-스포츠 중계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버릇이다.


정소림은 “선수 대기실에 찾아가서 ‘오늘 컨디션은 어때? 따로 준비한 거 있어? 하면서 말을 건다”며 “그래야 가장 생생하고 다양하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더 친해지는 선수도 생긴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정소림의 이런 노력은 선수 인터뷰 등에서 빛을 발한다. 그가 가진 특유의 감성이 선수들에게 전달되며 뭉클한 인터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예로 정소림은 스타크래프트 리그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시즌 1과 2, 두 장르로 나뉘어지며 잠시 선수들이 게임 두 개를 병행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덕에 기존 선수들이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


“프로리그는 경기가 끝나면 승자 인터뷰를 한다”며 운을 뗀 정소림은 “한 선수가 긴 연패를 끊었던 상황이었는데, ‘연패 너무 힘들었죠?’하고 물었더니 선수가 울컥해서 감정을 터트리더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정소림) 누나와 인터뷰를 하면 울컥 터진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을 본의 아니게 울렸다”며 웃던 정소림은 “그 때는 ‘왜 내가 질문만 하면 울어?’ 했다”고 전했다.


정소림과 오버워치 선수 류제홍. 두 사람은 스페셜포스 리그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 정소림 인스타그램)

정소림은 이를 ‘여성 캐스터’가 가질 수 있는 차별화 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이 진솔한 인터뷰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이 받아들이는 감성과 남성이 받아들이는 감성이 조금 다르다. 남성 캐스터들이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을 내가 건드리는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인 e-스포츠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스포츠 캐스터가 표현해야 하는 박진감, 힘찬 샤우팅 등을 표현하는 것이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정소림은 “초창기에는 ‘여자가 듣기 싫게 소리 지른다’는 말도 들었다. 정말 힘들었다”며 “여자 치고는 목소리가 가늘거나 얇은 편이 아닌데도 소리를 지르면 어쩔 수 없이 높아지고 날카로워진다. 그런 면에서 많은 반감을 가지더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행히 지금은 정소림 고유의 목소리라는 각인이 되어 팬들이 적응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여성 캐스터를 향한 외형적인 잣대 역시 어려움 중 하나였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힘들다”며 말을 꺼낸 그는 “남성 캐스터들은 방송 한 시간 전에 오지만, 나는 두세 시간 전에 와서 메이크업을 받는다. 단순히 중계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외적인 면에도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자신의 일을 사랑한 정소림이지만 그에게도 캐스터 생활을 그만 두고 싶던 순간이 있었다. 그가 중계하던 리그가 빅 리그로 커지고, 방송 스케일이 커지면서 남성 캐스터로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하차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다른 남성 캐스터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정소림의 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심지어 이유를 물었을 때 ‘네가 여자라서 그렇다’는 말도 들어야 했다. 정소림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는 기회가 남성 캐스터들에게 편히 돌아가는 것을 보며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나 보다” 하는 좌절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정소림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결국 팬이었다. 중계에서 정소림이 하는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위로와 힘을 얻는 팬들이 지금의 정소림을 있게 만들었다.


정소림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힘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중계를 하지 않는다. 내 일이고, 내가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다”며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팬들이 위로와 힘을 받았다고 말할 때 ‘이 일을 하기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소중하다”고 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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