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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아시아 그랑프리 출전 당시 모습(사진: 김여원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
최근 크게 붐이 일고 있는 피트니스는 보통 멋진 몸매를 가꾸기 위해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반해 김여원 아나운서는 온전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케이스다.
“별로 뭘 한 것 없는데도 기운이 없고.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굉장히 말랐었어요. 항상 40kg대 초반이었고, 겉으로 봤을 때는 더 말라 보였죠. 그러니까 사람들에게서 밥 좀 먹고 다니란 말도 많이 들었어요. 몸매를 예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했죠”
그렇게 건강을 위해 시작한 피트니스였지만 운동은 김여원 아나운서의 몸을 변화시킨 데서 더 나아가 그의 성격과 성향까지 변화시켰다.
그 전까지 더 할 나위 없는 단조로운 인생이었다.
일곱 살 때 바둑을 시작해서 23세까지 계속 연구생 생활을 했다. 주말 같은 것도 거의 없었다. 휴가도 간 적 없고. 항상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단속했다. 고3 수험생 같은 생활을 했던 셈이다. 프로 기사로서 입단을 포기했지만 바둑 관련 일을 하게 됐고, 프로 기사와 결혼했고, 지인들 역시 그냥 바둑 친구들이었다. 바둑이라는 동네 밖을 나간 적 없었다.
하지만 피트니스를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변화를 맞게 됐다. 일단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컸다.
“바둑계가 아닌 쪽을 만나게 되니까 별 것도 아닌 것에 굉장히 놀라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초년생처럼 성인이 안 된, 그런 아이 같은 부분도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사람들하고 잘 못 어울렸죠”
그렇게 점차 바둑과 관계 없는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교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2016년 11월 체력단련을 위해 피트니스와 인연을 맺은 지 5개월 만이었다.
“처음 대회 출전을 권유 받았을 땐 이것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 정신, 호기심이 생겨서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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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부터 무대에 오른 김여원 아나운서는 '피트니스 스타' 대회 아마리그 비키니 쇼트 부문 6위, '나바코리아 노비스' 대회 톱10에 입상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비키니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연기를 펼친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고, 성취였다. 그리고 대회 참가가 거듭되면서 운동에 대한 지식이 쌓여갔고,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도 보였다. 그럴수록 피트니스 선수로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즈음 김여원 아나운서의 이력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변 반응, 특히 바둑TV의 주시청자인 장년층 내지 노년층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지인들 같은 경우는 또래가 비슷하기 때문에 응원해 주죠. ‘멋있다, 응원한다’ 하고. ‘대단하다’고 격려도 해줘요. 하지만 저와 접촉이 없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분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시선들이 있다고 전해 들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과 수 개월 사이 이와 같은 크나큰 변화를 받아들이고, 승부욕까지 불태울 수 있었던 데는 프로기사를 꿈꾸며 연수생으로서 구도자와도 같은 삶을 살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바둑과 피트니스가)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딱 한 번 하면 굉장히 기계처럼 움직여요. 코치님이 식단을 내주면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이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뭐가 먹고 싶다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해요. 무조건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죠. (연수생으로) 항상 반복되는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뭐가 정해지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그래서 코치님들이 저에게 독하다고 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독한 것까지는 아닌데 나에게 주어진 게 있으면 ‘이걸 해야 해, 성취하고 말겠어’ 이런 게 아니라 해야 되니까 그냥 하는 것이죠. 독해서 정신력이 강한 게 아니라 잘 참아서 강한 것 같아요”
코치들 입장에서도 이런 모범적인 선수를 만난 것이 행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원 아나운서는 현재 피트니스 팀인 ‘솔라핏’에 소속되어 비키니 월드프로인 박솔나리 코치, 보디빌더 이왕재 코치(사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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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들과 합이 잘 맞아요. 운동하는 과정이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식단에 대한 스트레스도 전혀 없어요. 뭐가 먹고 싶다, 배고프단 생각이 안 들어요. 운동도 수업할 때 집중하는 당시는 힘들지만 그 몰입하고 집중했을 때 오는 고통도 즐겁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올 수 있는 스트레스가 지금은 없고 코치님과 내가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상황에서 같이 노력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이쯤 되면 타고난 피트니스 선수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김여원 아나운서가 피트니스 선수로서 무대에 오르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역시 대회 출전 당시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해준 사진을 받아 들었을 때다.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찍어주는 사진과는 또 다르죠. 아무래도 선명도가 다르니까…DSLR로 전문가가 찍은 사진을 받게 되면 전 시즌 사진과 비교해 보는데…뿌듯하죠(웃음)”
김여원 아나운서는 올해 상반기에 벌써 두 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 중 아시아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2위에 입상해 이달 열리는 올림피아 국제 대회 출전 자격도 얻었다. 올림픽아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프로’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김여원 아나운서는 대회 출전에 대해서 크게 목표를 설정하지도. 어느 대회에서 어떻게 입상하면 어떤 자격이 주어지는 지와 같은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목표 같은 걸 세우진 않아요. 피트니스 선수로서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죠. 그저 제 몸이 변화되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그걸 즐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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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원 아나운서는 다시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엔 피트니스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였다.
“알파고가 등장하고 나서 바둑의 수준에 한계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세계적인 기사들 위로 있다는 게 보여졌어요. 알파고가 지금은 활동을 중단했지만 더 수준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죠. 피트니스도 시즌마다 나가면 바뀌는 게 보이고 나의 한계는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요”
프로 기사를 꿈꾸다 입단을 포기하고 바둑TV 대국 중계 캐스터로 정착, 바둑인으로 살아온 김여원에게 피트니스로서의 삶은 그가 알고 있던 인생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줬다.
조용하지만 피를 말리는 승부가 펼쳐지는 반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중계자의 입장에서 바둑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됐다면 피트니스는 타인과의 승부가 아닌 자신과 승부를 펼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승리와 패배의 결론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줬다.
“피트니스는 ‘진다, 이긴다’가 없어요. 대회에 나가서 성적이 나쁘다고 해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대 1 승부가 아니라 오로지 저 자신에 대해서만 평가 받는 것이기 때문이죠”
김여원 아나운서가 앞으로도 꾸준히 피트니스 선수로서 활약할 것이란 예상을 하게 만드는 힌트가 이 말 속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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