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박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6 02: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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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은의 『참 쉬운 집밥 요리책』, 211가지 현실형 레시피로 일상 식탁 복원
초보자도 따라 하는 실전형 구성…‘요리책’ 넘어 생활 가이드북으로 주목

[SWTV 박종진 기자] 외식과 배달, 간편식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된 한국인의 식생활 속에서 ‘집밥’은 점점 특별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냉장고 속 재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결국 배달앱을 켜고, 어렵게 장을 봐도 남은 재료를 처리하지 못해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출간된 요리연구가 노고은의 신간 『참 쉬운 집밥 요리책』(아마존북스 출간)은 단순한 레시피 모음집을 넘어, 누구나 지속 가능한 집밥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밀착형 요리서로 주목받고 있다.

 

                    참 쉬운 집밥 요리책』(아마존북스 출간)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이자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조리박물관 특임교수로 활동 중인 노고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전문 셰프식 기술보다 매일 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 혼자 먹는 한 끼부터 가족 식사, 손님 초대요리, 건강식, 술안주까지 총 211가지 메뉴를 담아낸 이 책은 집밥의 범위를 넓히면서도 접근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은 “쉽다”는 표현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독자도 실제 생활에서 따라 할 수 있도록 재료 손질부터 장보기, 계량법, 육수 내기, 보관법까지 단계별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되는 상당수 요리책이 결과 중심의 ‘완성형 레시피’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참 쉬운 집밥 요리책은 요리를 시작하기 전의 과정까지 세심하게 설명하며 생활 실용서의 성격을 강화했다.

 

특히 책 앞부분에 배치된 ‘장 보기 & 재료 준비’, ‘집에 두면 좋은 기본 양념’, ‘제철 식재료’, ‘식재료 고르는 법과 보관법’ 같은 구성은 초보자 입장에서 매우 실질적이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을 사야 하는지”,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재료를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인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먼저 해결한다.

 

최근 요리 콘텐츠 시장은 유튜브와 숏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짧은 영상은 즉각적인 재미와 자극적인 비주얼을 제공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반복 가능한 식사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참 쉬운 집밥 요리책은 이러한 흐름과 반대로, ‘반복 가능한 식사’를 중심 가치로 내세운다. 즉 한 번 만들어 보고 끝나는 요리가 아니라, 매일의 식탁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메뉴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책의 메뉴 구성도 흥미롭다. 일반적인 요리책이 한식, 양식, 중식처럼 장르별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책은 실제 생활 패턴 중심으로 챕터를 나눴다. ‘초간단 한 끼 & 간식’, ‘나를 위한 한 끼 보양식’, ‘국물요리 & 찌개’, ‘반찬 & 밑반찬’, ‘한 그릇 밥 & 면’,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 ‘메인요리 & 초대요리’, ‘술안주 & 이색요리’ 등은 독자가 현재 상황에 맞춰 즉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바쁜 아침이나 야식용으로는 전자레인지달걀찜, 길거리토스트, 접어먹는 김밥 같은 메뉴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고, 몸이 지쳤을 때는 삼계탕, 전복죽, 닭곰탕, 한우보양탕 같은 보양식 레시피를 참고할 수 있다. 손님이 오는 날에는 파채불고기, 코다리찜, 찜닭, 돼지갈비찜 등 메인요리를, 혼술이나 홈파티에는 감바스, 참새우튀김, 매콤순대볶음 같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단순히 요리 종류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상황에 맞춰 접근한 점이 돋보인다.

 

또 다른 특징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이다. 추억의마가린간장밥, 김치볶음밥, 달걀국처럼 누구나 아는 메뉴가 있는가 하면, 오이면두유참깨비빔면, 봄나물페스토파스타, 조랭이떡김치그라탱 같은 퓨전 스타일의 응용 메뉴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나치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식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성이어서 1인 가구부터 가족 단위 독자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출판계에서 집밥 관련 서적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뉜다. 하나는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비주얼과 전문 조리기술을 강조하는 ‘셰프형 요리책’, 다른 하나는 최소 재료와 초간편 조리를 강조하는 ‘극단적 간편식 레시피’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일반 독자가 실제 따라 하기 어렵고, 후자는 영양 균형이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참 쉬운 집밥 요리책은 이 두 흐름 사이에서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는다. 조리 난도를 낮추면서도 영양과 구성, 맛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에서 생활형 요리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책 곳곳에는 '현실적인 요리'를 위한 장치들이 배치돼 있다. 전기밥솥을 활용한 약밥이나 닭백숙, 전자레인지수육처럼 조리기구 접근성을 높인 메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젊은 세대의 주거환경 변화로 작은 주방, 제한된 조리도구 환경이 일반화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한 레시피 구성이 눈에 띈다.

 

‘10분 완성 요리 TOP10’도 실용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 1인 가구에게 요리의 가장 큰 장벽은 시간이다. 이 책은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메뉴를 별도로 정리해 실제 활용도를 높였다. 단순히 “쉽다”는 표현을 넘어, 시간과 재료, 조리환경까지 고려한 현실형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식재료 활용 측면에서도 실용성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양배추 하나로 양배추무침, 양배추절임, 코울슬로, 양배추쌈밥 등을 연결해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고, 대파·달걀·김치 같은 기본 재료는 여러 메뉴에 반복적으로 응용된다. 이는 냉장고 속 재료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최근 물가 상승과 식재료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구성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밥 문화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집밥이 가족 중심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1인 가구와 자기돌봄(Self-care)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의 챕터 구성 역시 '가족을 위한 요리'보다 '나를 위한 한 끼'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초계국수, 연두부샐러드, 두부면팟타이, 스무디류 등은 건강과 간편함을 동시에 고려한 메뉴들이다.

 

노고은 저자의 이력 역시 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이라는 전문성과 함께 외식업 컨설팅, 메뉴 개발, 쿠킹클래스, 방송 활동 등을 통해 실제 대중의 식생활 패턴을 오랫동안 관찰해왔다는 점이 책 전반에 반영돼 있다. 지나치게 이론적이거나 전문적인 설명 대신, 실제 가정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낸 이유다.

 

특히 한식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양식·퓨전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접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전통 한식만큼 파스타, 타코, 리소토 같은 글로벌 메뉴에도 익숙한데, 이 책은 이러한 식문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반영했다. 동시에 국물요리, 찌개, 밑반찬 같은 한국 가정식의 핵심 축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참 쉬운 집밥 요리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보다, 집에서 꾸준히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생활 리듬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최근 ‘건강한 식생활’, ‘슬로우 라이프’, ‘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이 책은 화려한 셰프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라기보다, 냉장고를 열고 오늘 저녁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가깝다. “오늘 뭐 먹지?”라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참 쉬운 집밥 요리책'은 단순 레시피북을 넘어 현대인의 생활 실용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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