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유호경 기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재정지출 확대보다 국채상환과 국가채무 감축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시적 세수 호황을 재정건전성 개선으로 판단하기보다 향후 경제위기에 대응할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기업원은 ‘2027년 예산안·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와 지속가능한 재정개혁 방향’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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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년까지 국가채무·총지출·관리재정수지 전망. [사진=자유기업원] |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예산안 총 수입은 880조8000억원, 총 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각각 205조6000억원(30.4%), 93조원(12.8%) 늘어난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에서 1519조8000억원으로 106조원 증가한다.
고광용 정책실장은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1.6%에서 48.3%로 낮아진다는 정부 전망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DP 증가로 채무비율이 하락하더라도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늘어나는 만큼 세수 증가분을 채무 감축과 재정여력 확보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장기 재정전망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오는 2027년 3조1000억원으로 줄었다가 2030년 100조8000억원으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2030년 국가채무는 1734조1000억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급격한 재정지출 확대가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부가 자금·인력·생산자원을 흡수하면서 민간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력망·용수시설·기초연구처럼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공공투자와 시장의 자원배분을 왜곡할 수 있는 직접 보조금을 구분해 필요성과 실효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의 국채상환과 재정안정화 기능을 우선하도록 운용체계를 재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내년 기금 수입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사업비로 지출하고 국채 신규발행을 12조5000억원 줄일 계획이다.
보고서는 신규발행 축소와 기존 국채의 실제 상환을 구분하고, 초과세수와 여유재원의 일정 부분을 국가채무 감축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금의 성장동력 계정 가운데 수익 회수가 가능한 투자사업을 한국형 국부펀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전략기술·지분투자 재원을 보조금과 장기 투자자산으로 구분하고, 수익 회수가 가능한 사업은 독립적인 전문운용체계 아래 관리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량지출 38조6000억원, 의무지출 69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과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재정배분 방식의 변경까지 포함된 구조조정 규모를 실제 예산 절감액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 순절감 효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을 줄이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예산을 감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도 사전타당성 검토와 일몰제 적용을 확대해 재정지출의 책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 실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세수 증가의 기회가 새로운 재정지출 확대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나랏빚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을 재정건전성 개선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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