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하고 환상적인 천재와 괴인”…김윤석X구교환 ‘폭설’로 선후배 케미 펼친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15:51:50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5년 만에 재회한 김윤석과 구교환이 ‘폭설’이 내리는 기차역에서 기묘한 선후배 케미스트리를 펼친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5년 만에 재회한 김윤석과 구교환이 ‘폭설’이 내리는 기차역에서 기묘한 선후배 케미스트리를 펼친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폭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홍의정 감독을 비롯해 김윤석, 구교환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폭설’은 폭설로 인해 고립된 시골 기차역,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와 새로 온 후임 현택(구교환)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지난 2020년 장편 데뷔작 ‘소리도 없이’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수상한 홍의정 감독은 6년 만의 차기작을 선보인다.

홍 감독은 “만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꿈같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인에게 가장 힘든 게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하더라. 첫 번째 영화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따라 두 번째 영화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저한테도 오랫동안 기다리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윤석은 “홍 감독님은 작가적 성향이 강하신 분이다. 글이 주는 독특함이 있고, 땅 위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으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분과 작업하는 건 드문 일이고, 귀한 기회였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품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교환 역시 “감독님의 전작인 ‘소리도 없이’를 재미있게 봤었고,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다. 실제로 혹시 저를 다음 영화에서 써주실 생각이 있는지 계속 프러포즈하고 있는데 쉽게 답변을 주시지 않더라”라고 유쾌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년의 공백 동안 많은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마음을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흔든 건 ‘폭설’이었다고 말한 홍 감독은 그 이유로 “시선이 바뀔 때 바뀌는 서사”를 꼽았다. 그는 “고립된 공간에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지를 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윤석과 구교환이 연기하는 갑수와 현택, 그리고 박수영, 노윤서가 연기하는 최 경위와 양 순경. 총 4명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신선한 변주를 주며 몰입감을 더할 전망이다. 홍 감독은 “캐릭터들을 따라가면서 본인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지 순간순간 고민하며 즐겁게 보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홍 감독은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잘못된 판단이나 불안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폭설’의 인물들도 자기 안위를 위해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데,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독특한 블랙 코미디나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면서 장르의 변주가 저절로 생겼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걸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두 분이 그 과정에서 많이 만들어주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폭설’은 제작 단계부터 김윤석, 구교환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과의 호흡에 관해 홍 감독은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두 분의 오랜 팬이었고, 특히 윤석 선배님은 출연하신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액션 소리와 함께 작업하시는 걸 보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럴 수가 있나’ 외친 적이 여러 번이다”라고 말했다.

먼저 김윤석은 한평생 설오역을 지켜온 역장 ‘갑수’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친다. 갑수는 마지막 근무일까지 직장이자 생활 공간이었던 설오역을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다 수상한 후임 현택을 맞닥뜨리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김윤석은 “시나리오의 힘에 매료되어서 출연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뼈만 남은 상태에서 스토리를 진행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났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홍 감독은 “윤석 선배님은 천재라는 단어가 너무 어울리는 분이다. 상황 판단이나 빠른 분석도 천재적이고, 제안해 주시는 아이디어도 굉장하다”며, “실제로 뇌 용량이 엄청나시다는 거다. 살아 있는 영화 역사 사전이다. 제가 레퍼런스로 어떤 영화를 설명하려고 하면, 먼저 관련한 정보를 말씀해 주신다. 모르는 게 있을 때 많이 여쭤봤다”라고 함께 작업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 사진=연합뉴스 

갑수가 반평생을 보낸 설오역은 미스터리의 배경이 되는 밀실이자 또 하나의 주연 캐릭터이다. 석탄을 실은 열차와 함께 부흥했던 지역은 시간이 지나며 쇠퇴했고, 이는 퇴직을 앞둔 역무원 갑수와도 닮아있다.

홍 감독은 “설오역이 바쁘고 활동적이었던 젊은 시절을 거친 하나의 캐릭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이제는 완전히 외로운 섬처럼, 폭설이 왔을 때 눈이 가득 쌓인 공간에 덩그러니 하나 놓인 고립된 공간으로 보였으면 했다”라며, “갑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 안에 라면을 먹거나 잠을 자는 개인적인 공간도 만들어놨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윤석은 “(설오역에) 담금주가 굉장히 많고, 수석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갑수의 퇴직금인 셈이다. 젊은 시절부터 써온 수십 권의 업무일지도 있다. 갑수가 손수 펜으로 써서 기록한 것들이 설오역의 역사와 닮아 있다. 그런 소품들이 하나둘 갑수의 나이 든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은 구교환과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신세대와 구세대,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를 설원 위 펼쳐 보인다. 오랜만에 재회한 구교환과의 작업에 관해 김윤석은 “같이 고생도 했지만, 그 고생이 재미있는 순간으로 느껴지고 나중에는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김윤석은 구교환이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동심이 남아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분들은 70, 80세가 되어도 눈동자나 표정에 동심이 남아 있더라”라며, “교환 씨는 ‘모가디슈’ 촬영지인 모로코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 보자마자 동심이 느껴졌고, 금방 허물없이 친해졌다. ‘모가디슈’가 끝난 지 몇 년 뒤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느낌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구교환은 “저는 선배님이 동심이 있으신 분이라 저를 그렇게 바라봐주셨다고 생각한다. 동족끼리 알아본 거다”라며, “‘폭설’을 작업하면서 장면을 어떻게 풍성하게 풀어갈지, 인물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들을 선배님의 연기를 통해 배웠다. ‘폭설’ 이후의 작업에서도 선배님께 배운 걸 계속 사용하고 있다. ‘모자무싸’에도 많이 담겨 있을 거다. 배우로서 장면 안에서 살아가는 태도를 배워서, 한 작품 더 같이하면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라고 화답했다.

구교환은 폭설을 뚫고 설오역에 도착한 후임 역무원 ‘현택’ 역을 맡아 활약한다. 그는 “제가 겨울을 좋아한다.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다. 이 글자를 행위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또 윤석 선배랑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모가디슈’ 촬영하면서 많이 배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었다. 또다시 이런 기회가 생겨서 더할 나위 없었다”라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홍 감독은 “교환 배우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괴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관계에서 배우고 학습한 관념적인 말을 무심코 던졌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은 대답이 온다. 새롭게 해보려고 연구하신다기보다 그냥 DNA가 그런 것 같다”라며, “천재와 괴인의 조합을 모니터로 보면서 ‘이렇게 짭짤하고 환상적일 수가 있나’하고 감탄했다. 저는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만족을 표했다.

갑수의 후임으로 일하게 된 현택은 천진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선임의 모든 것을 이어 받으려 애쓴다. 구교환은 “실제로 제가 윤석 선배님의 대단한 팬인 것처럼 현택이도 설오역의 전부를 알고 싶고 갚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오역 자체가 곧 갑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갑수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장면에서는 애틋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윤석과 구교환 외에도 박수영은 설오파출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갑수와 막역하게 지내는 최 경위 역을 맡고, 노윤서는 설오파출소에 새로 부임한 양 순경 역을 맡아 또 다른 선후배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홍 감독은 “두 선후배를 비교하면서 보실 재미도 있으실 것”이라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즐겁게 보고 긴장하고 웃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만나게 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폭설’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언급했다.

홍 감독은 “‘폭설’에는 ‘내 판단이 이렇게까지 틀렸나’, ‘내가 이 사람을 응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처럼 제 가치관을 흔드는 사건들이 있어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제가 흔들린 만큼 관객분들도 흔들려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폭설’은 오는 11월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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