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변성현 감독은 9년동안 4개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모두 설경구와 함께했다. 결별 선언과 재회가 반복됐지만, ‘굿뉴스’까지 벌써 4개의 작품을 연달아 함께했다. 그리고 류승범, 홍경이라는 새로운 배우들과의 조합으로 한국에서는 본적 없는 신선한 블랙 코미디 작품을 탄생시켰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TOP 10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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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변성현
감독 [사진=넷플릭스] |
1970년에 일어났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굿뉴스’. 이에 한국영화임에도 극 초반부터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일본인들에 비행기가 납치된 과정이 그려지며, 한국인들이 아닌 일본인들만 등장해 신선하지만, 반면 예상치 못한 구성과 전개에 일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장르와 구성, 주제를 생각해놓고 글 작업을 했다. 특정 명언을 하나 만들어놓고 그 명언이 거짓말이다로 끝내야겠다 생각했다. 이 명언이 권위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것들에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처음 구성부터 김포를 평양으로 속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는 초반에 주인공이 등장해 먼저 사건을 알게 하는게 싫었다. 애초에 사건이 시작되는 것부터 보여주자 생각했다. 하이재킹 과정도 다른 여화에서 많이 보여줬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걸 생각하는 방법을 택했다.”
변성현 감독표 ‘블랙 코미디’라는 새로운 시도는 통했다. 공개 3일만에 시청시간 1,700,000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짜증나는 뉴스를 많이 듣는다. 이념 대립 같은 것들을 보면서 느껴진 짜증, 지겨움을 냉소로 ‘블랙 코미디’로 풀고 싶었다. 사실 블랙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다. 안해본 장르이기도 하고, ‘기생충’ 이전에는 관심을 많이 받은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해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회피했던 경향이 있다. 근데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었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자칫하면 웃긴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계속 피식피식대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웃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길 바랐다. 이번 영화는 제가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작품이다. 안면만 있는 유명한 선후배 감독님들도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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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변성현
감독 스틸 [사진=넷플릭스] |
‘굿뉴스’는 설경구, 홍경, 류승범이라는 새로운 연기자들의 조합 역시 관전 포인트다. 변 감독은 중년의 아이콘이었던 설경구에 타이트한 수트를 입히고 세련된 이미지로 탈바꿈 시키며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탄생시킨 바 있다. 하지만 ‘굿뉴스’ 설경구는 캐릭터 이름조차 없는 아무개로, 정체도 알 수 없지만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사건을 해결한다. 꾸러기 모자에 차림새는 후줄근하다. 특히 그는 제4의 벽을 넘어 시청자들과 눈도 맞춘다.
“설경구 선배님도 이 인물이 섞여야 하는지, 아니면 섞이면 안되는지를 먼저 물어보셨다. 저는 존재하지 않은 인물처럼 보였으면 했다. 제가 그 안에 들어가서 얘기 한다고도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오케스트라처럼 동선과 무브먼트를 만들고 연기 합을 만들면 그 밴드에 없는 인물처럼 만들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이 영화를 밖에서 지켜봤으면 했다. ‘오아시스’에서 했던 종두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종두처럼 보이게끔 걸었으면 했고, 그것보다 더 과장해서 걷고 과장된 제스처를 하지만 속은 다른 사람이길 바랐다.”
아무개의 지시에 따라 하이재킹을 하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 캐릭터 서고명은 배우 홍경이 분했다. 서고명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엘리트 공군이자 관제사다. “홍경 배우는 ‘약한영웅1’ 때 꽂혔다. 그 배우가 영화의 킥 같았다. 섬세하게 연기하는게 또래 배우들의 연기력과 달랐다. 단연코 저는 그 또래 중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치열하게 했다. 서고명은 20대 캐릭터다. 고명은 삐딱했는데 배우 홍경을 보고 올바른 이미지로 방향을 바꿨다. 근데 배우가 더 삐딱하게를 선호하더라. 같이 하면서 팬이 됐다.”
감독은 홍경과 관련해 “극 말미 아버지의 시계를 차는 장면에서 실제 홍경 배우가 그 시계를 차기 싫어하더라. 못 차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마음으로 차 달라고 했었다. 그 마음이 맞다고. 그랬더니 좀더 서럽게 울더라. 시나리오에서는 눈에 눈물이 고인다 정도였는데, 경이는 첫 테이크는 대본대로 가고, 두번째에는 자신은 너무 서럽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았다”고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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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스틸 [사진=넷플릭스] |
아무개와 서고명은 엔딩에서는 결국 서로의 위치가 바뀌며 씁쓸함을 안긴다. 존재조차도 흐릿해지는 두 사람과 달리 등장한 순간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블랙 코미디’의 한 면을 완성한 사람이 류승범이다. 올초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으로 9년만에 복귀에 성공한 류승범은 차기작으로 ‘굿뉴스’를 택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굿뉴스’에서 류승범은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연기했다. 그는 여객기를 무조건 착륙시키라고 작전을 지휘하는 높은 계급의 인물이다. ‘가족계획’과는 달리, 20대때 류승범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변성현 감독은 류승범 캐스팅 비화를 털어놨다.
“제 또래인데 저한테는 아이돌 같은 존재의 배우였다. 어느 순간 돌연 사라졌다가 ‘가족계획’으로 복귀했다. 연락하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연락했더니 저를 안다고 하더라. 제가 원한 것은 20대 때의 류승범씨의 에너지였다. 처음에는 그런 에너지가 없다고 근육이 다 빠졌다고 하더라. 다른 식으로 연기하고 싶어했다. 무엇보다 ‘가족계획’ 촬영이 끝나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그날 오후 3시에 만나서 새벽 3시에 승낙을 받고 헤어졌다. 스케줄 맞추는 것도 힘들었지만 계속 매달려서 오케이를 얻어서 너무 즐거웠다.”
류승범이 필요했던 이유는 후반부 많은 장면이 관제탑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객기를 김포공항에 착륙 시켰지만, 이내 이곳이 평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본격 협상이 시작된다. 이때 관제탑으로 박상현을 비롯한 여러 관료들이 몰려와 회의를 거듭한다. 변성현 감독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장면들을 보게 만들려면 그 씬을 한 사람의 힘으로 보게 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고명, 아무개도 빠진다. 그게 20대때의 류승범의 에너지였다. 생각난 배우가 류승범밖에 없었다. 처음 만나서는 영화 이야기는 안했지만 12시간동안 이야기하면서 정말 죽자 살자 매달렸다”고 했다.
극 중 박상현은 전화를 받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볼펜 세우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과거 특정 정치인을 떠오르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라에서 어떤 큰 결정을 내리는데, 그 결정을 누가 내릴까 결과값을 보고 들여다보면 아무생각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볼펜 세우기는 특정 인물을 떠올리지 않았다. 볼펜 세우기, 물병 세우기 같이 허무맹랑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는 유정자 권력자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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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
‘굿뉴스’에는 한국에서 ‘간니발’로 알려진 일본 배우 카사마츠 쇼(테러범 리더 덴지), 야마모토 나이루(여성 조직원 아스카), 시이나 킷페이(기장) 등이 함께했다. “일본어 선생님을 독립영화 연출 경험이 있는 분을 섭외했다. 외국 배우가 한국 영화에 나왔을 때 이질적이게 보일까봐 그걸 제일 공들였다. 일본 배우들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많이 물어봤다. 적절한 표현법이나 일본인들의 실제 반응을 체크하면서 대본도 하나하나 체크봤다. 리더인 쇼 배우가 한국어를 꽤 잘한다. 이 작품 하면서 한국어가 더 늘었다. 그 배우가 도움을 되게 많이 줬다. 이미 저를 알고 있다고 해서 캐스팅이 어렵지는 않았다. ”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22년 ‘킹메이커’, 2023년 ‘길복순’으로 탁월한 연출력과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을 인정받은 변성현 감독. ‘굿뉴스’ 역시 스타일리시하지만, 편집 리듬감 등이 기존과는 달라져 ‘조조래빗’을 연상케 한다. 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사를 이끈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특정 사건을 풀어나가며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변 감독은 “저도 ‘조조래빗’을 좋아한다. 그 영화를 생각하면서 편집한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품이라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너무 영광이다”고 했다. “저는 제 영화가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편집 리듬감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클래식한 샷들로 구성돼 있는데 리듬감 때문인 것 같다. 다른 한국영화보다 컷 수도 적다. 자잘하게 쪼개고 원상태로 가는 리듬을 좋아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스필버그 영화를 좋아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그 교과서를 따르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4개의 작품을 직접 쓰고 찍기까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쓰고 찍고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변성현 감독은 ‘청년 고용불안’이라고 짚었다. “저는 게을러 보이지만 은근히 부지런하다. 한 작품을 끝내고 오래 놀것이라고 다짐하지만, 한 두달 놀다보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저는 누군가가 고용해줘야 하는 사람이기에,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크다. 그때부터 저절로 뭔가 해야지가 아니라 머리가 불안감을 엄습하고 계속 움직이면서 피곤해진다. 강박 같이 뭘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는 2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가졌다. ‘시네키드’는 어릴적부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소재가 잔뜩 쌓여있다. 반면, 저 같은 경우는 건바이건이다(웃음). 저는 생각나면 쓰고 촬영하고 편집 하는 것을 반복했다. 감독이라는 직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굿뉴스’를 계기로 남의 글로 연출할 생각도 갖게 됐다. “과거에는 남이 쓴 글로 찍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받지 않았다. 근데 이번 영화 할 때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전체 능력치가 100이라면, 100에 가까이 다 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이걸 100으로 하면, 비슷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도 관심이 가더라. 다만, 글이 제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 나쁜 교과서 같이 10페이지 읽었는데 뒤를 알 것 같은 것들이 많더라. 저는 제가 예상 안되는 것들을 좋아해서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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