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다빈치와 마주친 장영실…K-컬처 입힌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무대 위로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0 07: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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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최후에 상상력을 덧입힌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재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엄홍현 프로듀서, 권은아 극작·연출, 이성준 작곡·음악감독, 박은태, 신성록이 참석했다.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공연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 꿈을 향해 나아간 장영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상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 사진=연합뉴스


엄 프로듀서는 “‘한복 입은 남자’를 준비하기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다빈치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에도 다빈치만큼 훌륭한 과학자 장영실이 있다고 아이디어를 주신 분이 있었는데,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코로나 때 원작 소설을 읽게 됐고,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관객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배우, 스태프들한테 전화를 돌려서 개발 중인 여러 작품을 모두 멈췄다”며, “이 작품의 1막으로는 저는 잘 몰랐던 장영실에 대해 꼭 알려드리고 싶었고, 2막은 어딘가에서 별이 된 장영실이 역사 속에서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 있지 않았을지 물음표를 던져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500페이지가량 되는 장편 소설을 3시간가량 되는 분량의 뮤지컬로 옮긴 만큼 각색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권 연출은 “워낙 원작 소설이 방대해서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고, 연습하면서도 지속해서 배우, 스태프들과 의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장영실이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떠나가 어린 다빈치를 만났다는 설정은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더 나아가면 타국의 역사적 위인과 엮여있기에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권 연출은 “예술적 창의성으로는 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논란의 여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다빈치는 우리 모두가 알고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기 때문에 장영실이 그를 만났든 안 만났든 그가 이룬 업적에 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느꼈다”면서, “극 중에서 영실이 모진 삶을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고, 비슷한 천재성을 가진 아이를 만남으로서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레베카’ 등 유럽 뮤지컬 라이센스 작품과 ‘마타 하리’, ‘웃는 남자’, ‘베토벤’ 등 유럽풍 창작 뮤지컬을 주로 선보인 EMK뮤지컬컴퍼니로서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자체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권 연출은 “저희는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조선은 유럽과 달리 이미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다른 매체를 통해 고증된 그림을 굉장히 많이 봐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조명을 받으면 표현이 또 다르게 되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쓰고 똑같이 한국미를 구현해 낼 수 없다면, 우리만의 표현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쪽에 의견이 모였다”면서, “근정전 세트에서의 기둥이나 지붕의 형태, 의상 속에 있는 여러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보면 전통적인 것에서 많이 따와서 상징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이 작곡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지만 서양 음악 중심으로 했다. 근데 이번에 한국 음악을 공부하면서 저도 모르게 제 마음과 리듬 속에 한국 음악이 많았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이번 작품에서 왕이 등장할 때 대취타와 같이 태평소를 활용하기도 하고, 단추의 금속 재질을 꽹과리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장영실이 부산 태생이라 밀양 아리랑을 인용하기도 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보편화된 것들을 오케스트라와 한국 악기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한복 입은 남자’의 주연을 맡은 박은태와 신성록은 각자 1인 2역을 소화하며 600년가량 되는 시간을 뛰어넘는다.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과학 발전에 힘쓴 ‘세종’과, 비망록 속 진실을 좇는 방송국 PD ‘진석’ 역을 맡은 신성록은 “‘지킬 앤 하이드’나 ‘드라큘라’와 같이 많은 해외 인물들을 연기해 봤지만, 세종이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뮤지컬에서 흔치 않았고, 우리나라의 소재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이 궁금한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조선의 천재 과학자 ‘영실’과 비망록의 진실을 추적하는 학자 ‘강배’ 역을 맡은 박은태는 ‘한복 입은 남자’라는 작품이 지닌 매력에 대해 말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할 때 샤워를 하면서 울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똑같이 울게 됐다”며 이번 작품이 주는 울림과 연결지었다.

“정화 대장이 영실을 남겨놓고 떠나는 장면에서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헤어지는 아이의 마음, 군대 가기 전날의 느낌 같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감정을 느낀다. 죽을 때까지 조선을 그리워하면서 너무 먼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게 상상만 해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공감이 되는 장면이다. 이것처럼 ‘한복 입은 남자’의 매력은 어떤 한 인물로서 작품 안에 들어와 있으면 정말 인간적인 감정으로 크게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고 자부한다.”

세계화를 겨냥하고 선택한 소재는 아니었으나, 작품을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는 동안 여러 호재가 겹치며 K-컬쳐의 영향력이 커졌고 이는 ‘한복 입은 남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엄 프로듀서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갈 수 있는 작품은 세계적인 소재를 써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흐름이 바뀐 것 같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생각해서 장영실을 소재로 선택한 건 아니다. 다만 다빈치의 이야기가 2부에 펼쳐지면서 ‘우리의 역사에도 이런 분이 있다’고 세계의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영어, 중국어, 일어 자막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작품이 언제 해외로 진출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문을 두드리다보면 한국의 세종대왕과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연출은 작품의 주제이기도 한 ‘별’을 가져와 ‘한복 입은 남자’의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관객분들이 나의 별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보시면 좋겠다. 저희 작품 속의 별은 삶, 꿈, 또는 그리움이기도 하다. 내가 쫓고 있고 바라는 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본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희 작품이 다른 작품과 다른 점은 꿈이 삶을 잡아먹을 정도면 그냥 포기하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갖기 위해 내가 찾고 바라봐야 하는 별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고 보시면 감사할 것 같다.”

한편 ‘한복 입은 남자’는 내년 3월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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