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故오흥석 미술감독, 큰 나무 같았던 분"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3-27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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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들도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공간을 너무 좋아했다. 애쓰지 않아도, 공간이 주는 기운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입이 됐다고 하더라."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3월 15일 개봉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 영화 사이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영화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NEW

 

또한, 국내 흥행을 넘어 미국, 캐나다와 일본,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주요국가 총 18개국에 개봉도 확정지었다. 

연출을 맡은 민용근 감독은 지난 2010년 첫 장편 영화 '혜화, 동'으로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코닥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소울메이트'는 민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민용근 감독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여줄 수 있게 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OTT로도 영화가 많이 나온다. 애초에 극장 용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같이 보는 느낌들과 호흡들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것 같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소울메이트'는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민용근 감독이 각색을 맡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감성수작'을 탄생시켰다. 미소와 하은의 유년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을 제주도를 배경으로 각색하며 한 편의 수채화같은, 세 청춘과 닮은 싱그러움을 담아냈다. 반면, 성인이 된 후 미소와 하은이 마주한 현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대변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울메이트'는 개봉과 함께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영화 속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영화 '소울메이트' 포스터/NEW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울메이트'의 모든 비주얼을 완성한 미술감독 故오흥석은 영화 개봉 전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촬영 중 안타깝게 고인이 됐다. 오흥석 감독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장수상회',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비주얼을 그려내며 호평 받아왔다. 이와 관련 민용근 감독은 "영화 찍으면서 영화 속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쓸 때는 아버지가 아프셨다가 한달 전에 돌아가셨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 찍을 때 많이 반영됐다. 미술감독님은 프로젝트 가장 초기에 저와 함께 하신 분이다. 굉장히 키가 크셨고, 그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섬세한 분이다. 감정의 결이 섬세하셨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광해'를 하셨다. 작품을 많이 하셨는데 영화를 되게 오랜만에 하셨다. 시나리오도 되게 많이 좋아해주셨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한다는 느낌이었다."

실제 영화 '소울메이트'에 사용된 공간은 90개가 넘는다. 심지어 미술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나오는 하은의 집도 개조하고, 동굴까지도 직접 세팅했다. "작업 하시면서 나중에 아트 팀장님한테 들었는데 힘들었는데 너무 행복하셨다고 하더라. 후반 작업 하고 다음 작업을 하실 때 몸이 좀 안 좋으셨던 것 같다. '소울메이트' 스태프들과 밥을 먹다가 이야기를 들어서 충격을 받았다. 편집본을 못 보여드려서 그게 가장 죄송하다. 배우들도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공간을 너무 좋아했다. 애쓰지 않아도, 공간이 주는 기운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입이 됐다고 하더라."
 

▲영화 '소울메이트' 포스터/NEW

 

'소울메이트'에서 미소와 하은의 매개체가 되는 것은 그림이다. 원작에는 없지만 민용근 감독이 각색하며 '극 사실주의' 설정과 함께 추가돼 원작과 차별점을 전한다. 그림 역시 미술감독과 함께 세팅했다. "그림이라는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극사실주의라는 점이 더 중요했다.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행위인데 그게 예술적인 행위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똑같이 다가간다는 과정이 예술행위라는 생각이들었다. 미소가 하은이를, 하은이가 미소를 오랜시간 동안 같은 관계로 나갈 수 있던 것은 말없이 상대방을 오랜기간동안 섬세하고 정확하게 바라봐줬기 때문에 상대를 잘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그리려고 하다보면 결국에 보이는 것은 결국엔 마음이라고 한다. 그림이 별개의 소재적인 것이 아니라 미소와 하은의 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캔버스에 똑같이 그리는 과정이 매일 대상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과정이다. 그게 연결됐으면 했다."

단 한편의 영화를 만들며 제주도에서, 그리고 세트장, 촬영장에서 함께 했기에 '소울메이트'와 관련될 때는 문득 떠오른다. "우리 영화에 잠깐 잠깐 등장하는 나무가 있다. 동네 초입에 나오는 나무다. 오흥식 감독님은 키가 크셔서 그런지, 그 키 큰 나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는 촬영 감독님이 찍고,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미술팀은 그 전에 와서 모두 세팅한다. 보지이 않는 곳에서 큰 그늘을 만들어주셨다. 저희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 맞지 않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큰 그늘을 만들어주신 키 큰 나무같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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