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얼마 전 이사한 부부 ‘샘’과 ‘제니’는 새집에 샘의 대학 동창 ‘로렌’과 그의 남자 친구 ‘벤’을 초대한다. 두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중 샘과 제니는 갖가지 문제로 마찰을 빚고, 급기야 언성이 높아지기에 이르자 샘은 최근 제니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정체불명의 소리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어진 제니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분리 수면을 시작한 딸 ‘피비’의 방에서 매일 새벽 2시 22분이면 요람 주위를 빙빙 도는 남자의 구둣발 소리와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것. 오로지 설명될 수 있는 과학과 논리만을 신뢰하는 샘은 이를 헛소리로 치부하지만, 제니는 이 현상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모두 새벽 2시 22분까지 이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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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2시 22분’은 새벽 2시 22분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고 있는 제니의 경험을 두고 네 인물이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연극이다. 지난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 신작으로, 국내에서는 2023년 초연을 선보였다.
작품은 이층집을 주 무대로 하며, 장소 전환 없이 아랫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무대를 결말까지 유지해 실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감상을 유도한다. 관객들의 눈에 보이는 건 1층의 거실과 주방, 현관뿐이지만, 문의 역할을 하는 통창 뒤로 보이는 안개와 한쪽에 마련된 계단, 윗층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베이비 모니터의 음성으로 상상력의 범위를 넓힌다.
기이한 심령 현상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만큼, ‘2시 22분’에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스릴러적 장치가 가득 차 있다.
벽 한쪽에 걸린 커다란 시계는 ‘2시 22분’의 상징과도 같은 오브제다. 이야기의 무대인 부부의 집 분위기와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디지털시계는 극 중 저녁 시간대부터 새벽까지 시간대가 이동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며 압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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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음향 효과 역시 스릴러 연극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낸다. 소란과 정적이 적절하게 배합된 작품은 현실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여러 소음을 기반으로 하되, 그사이에 음산한 사운드를 적소에 활용하며 마치 정말 심령 현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관객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효과음을 활용한 점프 스케어도 여러 번 존재한다. 특히 비명과 닮은 기괴한 여우 울음소리가 몇 번이고 예고도 없이 튀어나오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처럼 작품은 스릴러 연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핵심은 공포보다는 정체 모를 소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4명의 인물이 벌이는 토론에 있다.
다양한 계층으로 이뤄진 4명의 인물은 과학과 초자연, 논리와 직관, 진보와 역사 등 갖가지의 논제에 시도 때도 없이 말로 부딪히며 팽팽하게 맞선다.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티키타카 속에서 가스라이팅과 같이 개인 간의 관계 속 문제부터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쟁점을 날카롭게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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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인물들의 입으로는 방대한 대사가 오간다면, 눈빛으로는 이들 사이 형성된 미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2명씩 짝을 지은 부부와 연인이지만, 각기 다른 입장을 지닌 인물들은 유동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달리한다. 그러면서 점차 드러나는 흥미로운 백스토리는 숨겨져 있던 새로운 관계도를 드러내며 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텍스트를 소화해야 하는 토론극이기에 난도가 높지만, 모든 출연진이 두 시즌 연속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완성도가 훌륭하다. 무대 위를 채우는 4명의 배우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치열한 연기를 펼친다.
결말이 큰 임팩트를 지닌 작품인 만큼, 스포일러 금지가 필수다. 제작사 역시 이를 중시해 커튼콜 후 관객에게 추후 이 공연을 볼 예비 관객들을 위한 스포일러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다. 스토리라인에 대해 최대한 아무 정보 없이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2시 22분 - A GHOST STORY’는 아이비, 박지연, 최영준, 김지철, 방진의, 임강희, 차용학, 양승리가 출연하며 오는 8월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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