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박찬욱 답다. ‘헤어질 결심’으로 순수한 사랑의 강렬함을 증명해냈던 박찬욱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로테스크 변주가의 컴백이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가 주목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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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그로테스크 변주가’ 박찬욱의 초심은 ‘어쩔수가없다’ [사진=CJ ENM] |
하지만 ‘어쩔수가없다’는 그로테스크 장인 박찬욱 감독다운 마력이 가득하다. 그는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비정상적으로 융합되어 과장과 극단으로 치달으며 웃음과 공포를 야기하는 ‘그로테스크’ 세계를 또 한번 펼쳐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연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쓰리, 몬스터’를 좋아한 관객들은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어쩔수없다’는 복수극이 아니다. 스토리만 본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는 사과 한마디를 무기로 자본주의라는 압박 측면에서 ‘악의 평범성’을 그린다. 이에 관객은 실컷 웃은 후 상황을 돌이켜보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같은 ‘어쩔수없는’ 상황은 반복되면서 서서히 박찬욱표 자본주의 풍자극에 매료된다.
웃픈 공감극에 과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열전이 8할이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과 재회해 또 다시 지질해졌다. ‘다 이루었다’고 만족할 정도로 마음이 ‘만수’(르)만큼 풍족했던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의 ‘최후의 선택’을 보여준다. 매 작품 얼굴을 갈아끼우는 이병헌다운 연기다. 이병헌의 셀수 없는 다채로운 표정 연기에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이병헌이 박찬욱 감독과 재회했다면,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은 박찬욱 감독을 만나 그로테스크하지만 ‘우아한 매력’으로 끊임없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어쩔수가없다’의 시작이 이병헌이라면 손예진은 그 끝 맺음을 담당한다. 결혼, 출산 후 7년만에 돌아온 손예진의 복귀는 ‘대박’이라 평하겠다. 영화가 끝난 후 모든 걸 감내하는 ‘손예진의 얼굴’이 잔상으로 남는다.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은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논다. 한계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성민, 박희순과 필모사상 가장 비주얼이 아름다운 염혜란은 박해일을 잇는 박찬욱 작품 속 ‘벽지’같다.
만수의 행동과 감정이 격해질수록 박찬욱표 영화의 색은 더 짙어진다. 조용필의 ‘고추 잠자리’ 같은 생각지도 못한 OST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아니러니하게도 그래서 더욱 박찬욱스러운 마력이 도드라진다. 더불어 만수의 집 자체는 ‘박찬욱표 벽지’에 입체감이 더해진 느낌이다. 박찬욱의 20년 숙원은 마침내 9월 24일 확인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은 13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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