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롤리' 정수빈 "연이은 성범죄 피해자 연기? 더욱 책임감 느껴요"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2-15 03: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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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신예 정수빈은 밝은 기운을 가졌다. 작품 속 우울한 모습과는 달리,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독특한 모습으로 상대를 웃게 한다. 지난해부터 2023년 초까지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정수빈이 첫 주연을 맡은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연출 김문교, 극본 류보리, 제작 스튜디오S)는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아내 김혜주(김현주)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다.
 

▲드라마 '트롤리' 김수빈 役 정수빈/제이와이드컴퍼니

 

지난 14일 최종회에서는 남편 남중도의 과거 성폭행 범행 사실을 알게 된 김혜주가 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남중도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지만 김혜주는 죽지 못하게 이를 막았다. 비록 남궁술법은 또 다시 암초에 부딪혔지만 사회적인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며 막을 내렸다.

종영을 앞두고 정수빈은 스포츠W와 인터뷰를 가졌다. '트롤리'에서 김수빈으로 분해 첫 지상파 데뷔에 성공했다. 김수빈은 혜주의 아들인 지훈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이를 가졌다며 혜주의 집을 찾아오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고교 중퇴 후 그룹홈을 나와 혼자 떠돌다 살다가 지훈을 만났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죽었기 때문이다. 정수빈이 김수빈 캐릭터를 접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타임라인 정리다.

"'트롤리'는 사건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아요. 저도 처음 제안을 받고 1~2주의 시간 밖에 없었어요. 수빈이는 비밀이 많은 인물이에요. 무엇보다 임신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고, 지훈이 사망한 시기와 출소 시점, 엄마를 만난 시점과 서사도 정리가 필요했어요."

그 중 정수빈은 임신과 유산에 대해 조심스럽고 깊게 접근하고자 했다. "수빈이는 유산이라는 큰 아픔을 겪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유산을 후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도 찾아보고 했어요. 사실 대한민국 임신 여성 중 3분의 1이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어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는 아픔이라고 하니 아픔의 정도가 덜어지는 느낌이었어요. 힘든 것은 당연한데, 아픈 사실을 숨기고 자신의 탓을 하는 모습들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탓하지 않았으면 했죠. 그런 사실을 드라마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아픔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드라마 '트롤리' 김수빈 役 정수빈 스틸/스튜디오S

 

'트롤리'라는 드라마 타이틀은 윤리학에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에서 따왔다. 기차가 달리는 선로 위에 양쪽에 각각 5명의 인부와 1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이때 트롤리(기차)가 그대로 직진한다면 5명의 인부가 사망하고, 선로 방향을 튼다면 1명의 인부가 사망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문제다. 극 중 김수빈의 폭로로 김혜주는 자신이 사랑한 남편 남중도의 민낯을 알게 됐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과 남중도의 '죄'를 사이에 두고 트롤리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정수빈은 '트롤리 딜레마'에 해대 처음 들은 후부터 촬영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결론에 도출했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저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어떠한 대답도 확신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수빈이로 살다가 작품에서 빠져나와서 생각해보니 '멈춘다'였어요. 사실 혜주도 수빈도 혼자라고 생각했었기에 선택을 하려고 했죠. 근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인다면 기차를 멈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이 하는 힘을 배운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해요(미소)."

'트롤리'에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사람은 김혜주 역의 김현주다. 김수빈은 미스터리한 인물이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에게 조건 없이 따스함을 선사한 사람이 김혜주다. 정수빈은 "지훈이가 엄마한테 솔직하지 못하다가 수빈이한테만 말했던 진심을 전하는 씬이 있었어요. 사랑했고 엄마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한다는 말이에요. 그 장면에서 선배님께서 '우리 통하지 않았어?'라고 하시는데 저도 같은 것을 느꼈거든요. 진심과 진심이 잘 맞닿은 느낌이었어요. 배우들끼리 온전히 서로를 믿었을 때 나오는 따뜻함과 시너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트롤리'에서 남중도로 분한 박희순과 장우재를 연기한 김무열은 반전 있는 캐릭터로서 결코 쉽지 않았다. 정수빈은 "박희순 선배님은 정말 연기를 사랑하시는게 보여요. 안에서 불타오름이 느껴진다. 선배님은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 임하세요. 정말 혼자 계실 때도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세요. 무열 선배님은 눈빛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배우적이 확신, 정답을 가르쳐 준 느낌이었어요"라고 호흡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 '트롤리' 김수빈 役 정수빈/제이와이드컴퍼니

 

올해 23세를 맞은 정수빈은 고2 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연기자에 대한 생각을 가졌다.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작품에서 오지않은 고도를 기다리거든요. 그 기다림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사는지 부터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를 생각해요. 5~60대 선배님들이 3-4시간동안 연기하는 것을 보고 진로를 고민했는데 그게 너무 행복해보였어요. 정을 쏟는 것만으로도 그게 나오려면 애증도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얼마나 좋아하기에 저렇게 열정이 넘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정수빈은 또래에 비해 연기를 늦게 시작했지만 지난해 '소년심판'을 시작으로 디즈니+ 시리즈 '3인칭 복수', 티빙 '아일랜드', '트롤리'까지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정수빈이 출연한 모든 캐릭터는 성범죄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픔을 가진 캐릭터를 연이어 하는 것은 배우로서 이미지 측면이나 정서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수빈은 "오히려 좋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많은 분들이 물어보세요. 의도치 않게 다들 성범죄 피해 캐릭터지만, 그 안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주변에 마음을 열어가고, 상처를 치유 받아요. 제 모든 캐릭터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요. 제 삶에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심스럽지만, 정말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관련 다큐 영상도 많이 봤어요. '소년심판' 때는 실화가 모티브이니 관련 사건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요.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최대한 아픔을 잘 그리고 싶어서 더 책임감이 생기는거 같아요. 그 인물이 하는 말에 있어서 함부로 내뱉지 않게 하자 싶었어요. 무엇보다 모두 치유 받고 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요(미소)."

오는 2월 24일 '아일랜드' 파트2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아일랜드' 파트1 3회에서 수빈은 벤줄래 신령에 억울함을 비는 여고생 이수련으로 등장해 강렬함을 선사했다. 한시적으로 벤줄래 신령에 지배당한 수련은 초능력과도 같은 초인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크로마키 배경으로 놀이기구처럼 조형물을 만들어주셨어요. 그걸 타고 연기를 했어요. 저라는 사람이 숲을 통제해야 했고, 엄청난 몰입을 해아야 한다는 것을 크게 배운 현장이었어요. 다른 작품은 집, 세트처럼 실질적인 장소였는데, 여기서는 상상하면서 찍어야 했거든요. 하고 났을 때는 정말 재밌었어요. 방송 전에 편집실에서 VFX 기술이 입혀지기 전 기본 단계의 편집을 봤어요. 영상으로 됐을 때의 신선함이 남달랐어요. 개인적으로 초인적인 힘이나 초능력 좋아하는데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드라마 '트롤리' 김수빈 役 정수빈/제이와이드컴퍼니

 

지금까지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에 딱 하나의 초능력을 줄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주고 싶냐는 물음에는 '미래를 보는 힘'이라고 답했다. "그 캐릭터들이 다 치유 받고 성장했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힐링할 수 있어요. 힘든 시기의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근데 실제 정수빈이라면 저는 현실에 충실하고 보지 않을래요. 저는 시간이 얼어있다는 표현을 믿어요(웃음)."

스스로 '집순이'라 칭한 정수빈은 다양한 음악을 듣지만 쉴 때는 주로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다. "'트롤리' 수빈이 캐릭터 구성할 때는 이하이의 '구원자', '한숨' 같은 노래들을 들었어요. 원래도 캐릭터 구성할 때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어쩐지 분위기도 가사도 캐릭터와 와 닿는 곡이 있으면 들으면서 집중해요."

실제 정수빈은 밝고, 무려 학급 회장 출신으로 사교성도 좋다. 하지만 연출에 따라 달라지는 날렵한 눈매와 무언가 끊임없이 말하는 눈빛이 배우로서 매력 포인트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제 눈을 좋아해요. 눈을 통해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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