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족애 몸으로 표현했죠”…이정은→공효진 ‘경주기행’ 죽이는 여행 떠난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3 18:44:12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네 모녀로 만난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트렁크에 원수를 싣고 ‘죽이는’ 여행을 떠난다.

 

▲ (왼쪽부터) 이연, 박소담, 이정은, 김미조 감독, 공효진, 변요한 [사진=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경주기행’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미조 감독을 비롯해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살인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다. 장편 데뷔작 ‘갈매기’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김미조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동시에 맡았다.

김 감독은 “제가 욕심이 많아서 현장에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게 만들었는데, 편집할 때 굉장히 든든했다. 배우분들께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고, 최고의 배우분들과 함께해서 신인감독으로서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를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가족 이야기”라고 설명한 김 감독은 “복수극을 볼 때 가장 궁금했던 건 복수를 하려는 마음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쉬울지였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결코 쉬울 수 없고, 가족이 다 함께 복수를 위해 떠나는 비효율적인 복수극에서 이 상실을 각각의 가족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중에서도 엄마는 끝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집필에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전했다.

‘경주기행’은 네 모녀가 함께 복수극을 벌인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더했다. 이는 김 감독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설정이다. 그는 “제가 딸만 넷 있는 집의 막내딸이라 제일 잘 아는 관계와 감정이 네 딸의 이야기다. 제가 관찰했던 엄마와 언니들의 관계에 집중했다.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와 감정은 잘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네 모녀의 살인 여행에서 주축이 되는 인물은 막내를 잃고 오직 복수만 바라온 엄마 ‘옥실’이다. 이정은은 “딸 넷을 두고 단란하게 살던 보통의 가정에 한 구성원이 사고를 당한 후 이 가족이 어떻게 붕괴되었을까에 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라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가족 구성원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지만, 어머니는 사고 시점부터 우리 가족이 붕괴했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멈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복수밖에 없다는 불같은 생각을 갖고 가족을 향한 지독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는 엄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정은은 ‘경주기행’에서 복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처절한 모습을 몸과 마음으로 연기했다. 이번 영화에서 펼친 연기에 관해 그는 “액션이 화려하다기보다는 끝까지 가보는 엄마의 모습으로 이해했다. 그게 좋게 보여졌다면 다행이다. 하고자 하는 일에 두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으로 표현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딸을 죽인 살인범 ‘백상현’과 옥실이 마주한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에 관해 공효진은 “엄마와 백상현의 마지막 시퀀스는 그 현장을 보지 못해서 너무 궁금했다. 오늘 보니까 상상한 그 이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탄했다.

이연 역시 “복수는 상대와 자신의 심장을 동시에 찌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심장을 찌르려면 그만큼의 용기와 아픔과 두려움을 이길 만큼의 분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모든 감정이 다 보였다고 생각해서 보는 내내 고통스럽기도 했다. 보시는 분들도 복수가 주는 여운이 마냥 좋지도 슬프지도 않다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이정은과 함께 복수기를 떠나는 세 딸로는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관해 그는 “제가 먼저 작품을 선택하고 딸들을 기다리는 동안 1순위에 있었던 모든 후보가 배역을 맡게 되었다. 정말 천운이라 생각한다”라며 만족을 표했다.

 

▲ 사진=연합뉴


먼저 공효진은 엄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첫째 딸 ‘장주’ 역을 맡았다. 그는 “대본에서 제일 많이 탐났던 역할은 엄마 역할이고, 그다음은 동주였다. 어떤 역할이든 이 시나리오를 영상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공효진은 “장주는 엄마의 오른팔로서 모든 걸 함께하는 캐릭터였다. 엄마가 장주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가 많아서 중심을 잡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배역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보니까 제가 중심을 잘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엄마한테 병적으로 충성해서 손끝 하나 다칠까, 걱정하는 디테일을 깨알같이 잘 넣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잘 담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간 여러 여성 감독과 작업해 온 공효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김미조 감독과도 연을 맺게 됐다. 그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 그리고 이번 ‘경주기행’의 김미조 감독을 한 카테고리로 묶었다.

공효진은 “세 분은 열정이 대단하셔서 저 열정을 해소해 드릴 수 있을지 어깨가 무거워진다. 또 직접 각본을 쓰셔서 시나리오 속 캐릭터는 감독님 본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빈틈없으시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근데 그 열정 덕분에 생기는 원동력이 강하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조 감독님은 세 분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으셨다. 유머러스하셨고, 리더십이 탁월하시다. 현장에서 한 번도 못 찍게 되거나 촬영이 지연되는 씬이 없었다. 첫 촬영 이후 감독님께 올인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님이라는 건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되실 거다”라고 자신했다.

박소담은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이성적인 둘째 ‘영주’ 역을 맡았다. 그는 “글로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이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서 꼭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면서, “이 여정을 함께하는 데 있어서 늘 믿음이 있었다”라고 촬영 소회를 전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동주보다도 더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가족사진을 찍긴 하지만, 평생 남을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라고 맡은 배역을 소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또 그는 극 중 영주의 스타일링에 관해 “영주를 외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편안한 바지 위에 재킷을 입고, 안경을 쓰면서 머리를 칼같이 자르는 선택을 제안 드렸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해 주셨다”라며, “언발란스한 느낌을 통해서 여린 마음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하고 촬영했다”라고 세세한 설정에 관해 설명했다.

이연은 가족을 위해 일단 뛰어들고 보는 셋째 ‘동주’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할 때 제 성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함께하는 동안 네 분의 선배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많은 걸 배웠다. 저는 외동딸인데 이렇게 촬영하면서 가족을 얻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동주는 ‘퍼플 마그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프로 레슬러로, 네 모녀 중 가장 격한 액션을 소화한다. 이연은 “무수히 액션 스쿨을 다녔다. 맨몸 액션은 실제로 아프지만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참는다. 최대한 보호대를 착용하지만 아프더라. 근데 그만큼의 카타르시스가 나오는 것 같다. 막상 할 때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아픈 걸 모르다가 집에 가서 샤워할 때 알더라.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라고 액션 씬을 탄생시키기 위해 더한 노력을 전했다.

네 모녀의 살인 여행기에 등장한 깜짝 손님도 눈길을 끌었다. 변요한은 네 모녀가 8년을 기다린 그놈 ‘백상현’ 역을 맡아 치열하게 대립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참여한 변요한은 “제작사 대표님과 상업영화 데뷔했을 때 같이 했던 연이 있고 좋은 각본과 배우들이 있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정은 선배님은 작품 4개를 같이 했는데 매번 배우고 받는 영감이 컸다. 공효진 선배님은 워낙에 팬이었고, 박소담 배우는 저와 학교 동문이다. 이연 배우는 타고난 배우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 분의 캐스팅을 봤을 때 너무 다르지만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제가 성장하고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변요한을 선택하게 된 과정에 관해 김 감독은 “장르적인 흐름을 전환시키는 인물이라 과연 이 네 모녀를 대적할 수 있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마침, 그때 제작사 대표님이 변요한 배우를 추천했는데 어둠 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걸 다 갖추신 분이라고 생각해서 모시게 됐다”라고 밝혔다.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가족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줬던 사람이라 어떠한 연민도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한 변요한은 캐릭터와 닮은 점을 묻는 질문에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저는 죽일 거다. 이 세상과 이 우주, 생명체가 사는 곳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경주기행’을 만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여행이라는 건 좋은 기억과 재미를 찾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다. 관객분들이 오셔서 네 모녀의 여행이 마지막에 어떤 기억이 될지 같이 공감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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