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로미오 앤 줄리’ 홍승안 “로미의 원색적인 대사, 훌륭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4 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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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겼지만, 그럼에도 ‘로미오 앤 줄리’는 사랑을 말하는 작품이다. 홍승안은 “상황 속에 존재하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로미와 줄리는 끝까지 미친 듯이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로미와 줄리가 보여주는 로맨스의 핵심을 짚었다.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로미오와 줄리엣’도 미성숙한 나이와 시기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강력함을 담고 있는데, 우리 작품도 각자의 계획대로 살아가고 있던 둘이 만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짜 사랑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누가 실수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아기는 실수일 수 있어도, 이 사랑은 실수가 아니에요. 그 어떠한 계산도 뛰어넘는 강한 사랑이 순간과 상황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보면서 즐기시는 게 둘의 사랑을 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원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희생양들의 이야기라면, ‘로미오 앤 줄리’는 단순히 부주의한 실수로 인해 피임에 실패하며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시선이 아닌, 차가운 시선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홍승안은 “맞다. 실수다”라고 명쾌하게 말하면서도 “네비도 실수였지만 로미 인생의 최고가 됐다”며 말을 이어갔다.

“실수라는 건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발생하는 거고, 아무리 공을 들여도 할 수 있어요. 저도 맨날 실수하고 사는 것 같아요. 실수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네 잘못이지’라고 비난하고 끝나는 세상이라면 너무 비관적이지 않나요? 어떤 누구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 행한 실수는 아니었고, 사랑해서 발생해버린 실수잖아요. 무책임한 잉태라는 큰 실수를 했고, 실수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실수로 인생 전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인생의 궤도가 달라져 버린 로미와 줄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랑을 이어 나가지만, 결국 이별이라는 아픈 결말을 맞고 만다. 이에 대해 홍승안은 두 주인공의 ‘최선’에 대해 언급하며 극 중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로미가 줄리한테 ‘나랑 여기서 함께 있는 게 너한테 최선이야?’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로미는 줄리와 함께한다면 배울 점이 있는 똑똑한 여자와 우리 아이를 사랑하면서 더 나은 삶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최선인 게 당연해서 그냥 툭 하고 나오는 질문이에요. 근데 줄리는 찰나의 생각을 하죠. 그리고 답을 최선이라고 확실히 받지 않고 어물쩍 넘겨요. 그걸 보고 로미는 이 상황이 나한테는 최선이지만, 얘한테는 최악일 거라는 걸 느껴요. 그리고 그동안 했던 모든 말과 행동, 생각까지 전부 다시 덮어 씌워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거죠.”


이러한 ‘최선’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로미와 줄리의 다른 언어다. 같은 나라의 말을 쓰고 있으면서도 넘을 수 없는 차이를 나타내는 로미의 원색적인 대사에 대해 홍승안은 “아주 훌륭한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미가 성적 농담을 많이 하는데, 로미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그런 세상뿐이고, 알 수 있는 언어가 많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커피 하나에 대해서도 ‘콜롬비아가 좋아, 케냐가 좋아’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지식인이 아니고, 섹스, 술 같이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것만 보고 듣고 자란 걸 보여주는 장치죠. 그래서 로미가 줄리랑 소통하는 방법은 성적 농담밖에 없는 거예요. 반면에 줄리는 양자역학에 대해, 거기서 더 눈을 낮춘다 해도 별이 왜 빛나는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로미랑 가장 밝게 웃었던 장면에서는 같이 성적 농담을 하고 있어요. 로미는 그 점에서 줄리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느끼고,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요.”

마지막에 로미가 내린 선택에 대해 홍승안에게 묻자 그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면서, “여러 가지 책임질 덩어리가 많았던 것 같아서 로미의 선택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로미는 아직 어려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멋있는 선택이 여자친구를 놓아주는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항상 로미의 선택을 볼 때 애 데리고 너도 케임브리지 근처로 가라고 하고 싶죠. 아기를 위해서도 더 똑똑한 사람 근처에서 사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제 성격이 그래요. (웃음) 어차피 여기서도 힘들고 저기서도 힘드니까 뭘 맞닥뜨려야 한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더 힘든 환경으로 가서 싸우라고 하고 싶죠.”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결국 로미가 마을에서 떠나지 못한 요인으로 그는 로미의 엄마인 ‘바브’를 꼽았다. 홍승안은 바브에 대해 “애를 둘 키운다고 느껴진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엄마가 없으면 로미는 많이 세상을 놓고 살 것 같아요. 표현은 거칠고 틱틱거리면서 귀찮아하지만, 그만큼 더 애정하고 없으면 안되는 존재이고 로미가 성인이 되면서 직접 책임지는 존재가 된 것 같죠. 바브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자고, 로미에게 기본권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을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바브도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믿거든요. 로미를 성인까지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사건이 있었겠어요. 그 노고를 보통 스무 살은 모르지만, 로미는 알 것 같아요. 공부를 하지 못해서 똑똑하진 않을 수 있을지언정 판단력도 좋고 눈치도 빠르고, 여러 가지가 살아 있는 친구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엄마가 살아왔던 여러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엄마를 지켜왔다고 스스로 합리화했을 것 같아요.”

‘로미오 앤 줄리’를 관통하는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책임’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도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로미가 지고 있는 가장 큰 책임에 대해 홍승안은 네비를 꼽았다.

“줄리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줄리를 보내줬지만, 책임은 네비에 대한 게 큰 것 같아요. 줄리는 빛날 거거든요. 확신이 있어요. 로미는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줄리거든요. 로미한테 있어서 줄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빛나서 다 할 수 있어요. 근데 네비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서 로미가 다 해줘야 해요. 그래서 로미는 네비를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많은 책임과 노력을 쏟기로 결심하는 것 같아요. 내 초년기가 망가졌으니까, 이 아이의 초년기는 망가지지 않도록, 당장 나도 이번 세대지만, 네비라는 소중한 다음 세대를 위해서.”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이날 인터뷰에서 홍승안은 배역 ‘로미’를 계속해서 ‘나’라고 지칭하면서 깊게 몰입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로미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 것 같은지 생각해본 적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진짜 열심히 잘 살면 콜(줄리의 아빠) 정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로미의 구체적인 인생 로드맵을 늘어놓기도 했다.

“콜도 잘 산 거죠. 자기희생을 하긴 했지만, 나의 다음 세대는 더 나은 환경에 살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로미는 콜처럼 사는 게 목표예요. 줄리를 보내줘서 당장 5년, 10년의 희망은 없다고 느껴지고, 그 시간 동안 줄리는 가장 빛나겠지만 로미와 네비의 삶은 10년 후부터 시작입니다. 그때 줄리 오면 다시 만날게요. (웃음)”


2025년 새해가 밝은 시점에서 홍승안의 계획을 묻자 “아이슬란드 여행”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쉬는 것도 쉬는 건데,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어요. 원래 2년 전에 가야 했는데 미뤄졌죠. ‘더 라스트 맨’이라는 1인극에 참여했었는데, 그 작품에 배우가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거든요. 그 중 ‘버킷리스트’라는 넘버에서 얘기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슬란드 여행이에요. 안 가면 후회할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못 할 것 같아서 오로라를 못 보더라도 올해 무조건 가려고요. 뭔가를 느끼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고 다른 세상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가요. 미리 준비해 둔 여행이라 작품들 잘 끝내고 가을쯤에 돌아오겠습니다.”

홍승안은 이번 ‘로미오 앤 줄리’에 참여하면서 든 생각에 대해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가 가장 큰 생각인 것 같다”면서, “이렇게 사회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고, 메시지도 잘 만들어진 깔끔한 연극이 살아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처음 보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는 것에 당연히 동의해요. 이런 시국에 그냥 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고, 나와 관계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보고 싶죠. 저도 그래요. 하지만 이렇게 텁텁하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정말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서 꼭 참여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느낀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좋은 이야기가 계속 대학로에 살아 숨 쉴 수 있게 많이 추천해 주시고, 사랑받으면서 끝나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로미오 앤 줄리’는 유현석, 정휘, 홍승안, 정우연, 김주연, 홍나현 등이 출연하며 오는 3월 16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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