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퍼나이프' 설경구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피폐 멜로

노이슬 / 기사승인 : 2025-04-17 1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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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내가 왜 니가 미워. 하나라도 더 주고 죽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밖에 없는데 어떡하니."  -하이퍼나이프 中 덕희 대사


한때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는 존재였으나 현재는 증오만 남은 스승과 제자. 스승 최덕희(설경구)가 단순히 욕심 많은 제자 정세옥(박은빈)을 미워하는 줄 알았다. 제자는 스승에게 복수를 다짐했지만, 스승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한 제자에게 마지막 수업을 하기 위해 찾아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고 뜨거운 피폐 멜로로 막을 내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최덕희 役 설경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로, 지난 9일 전편이 모두 공개되며 종영을 맞았다. 첫 공개 후 7일 기준, 2025년 공개된 한국 콘텐츠 중 디즈니+ 글로벌 및 아태지역에서 최다 시청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하이퍼나이프'는 과도하게 흥분된 칼이라는 뜻을 가졌다. 피카레스크 장르이자, 제목을 대변하듯 1화부터 주인공들 손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섀도우 닥터로 사는 세옥은 자신을 협박하는 간호사를 죽였고, 자신이 자주 가는 식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자신에게 추근대는 전자발찌범을 죽이고, 과거 살인 사실도 밝혀진다. 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내포되지 않은 오직 범죄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4화부터는 '세계 최고 권위자'라는 의사 덕희도 살인에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시청자를 설득하는 것은 설경구에게도 주어진 숙제였다.

"극 중 죽음이 되게 불편한데, 어떻게 설명하는 지가 숙제였다. 그럼에도 배우들 입장에서는 죽음도 설득시켜야 한다. 엔딩으로 갈수록 잊혀지고, 관계를 설득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옥이의 감정도 이해는 안 된다. '하이퍼'라는 것에 맞닿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과잉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이런 감정도 있고 이런 인물도 있다고 생각했지 이해는 안 됐다. 그걸 설득 시키는 것도 배우의 몫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최덕희 정세옥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설경구는 재밌는 이야기 속 덕희 캐릭터가 재밌었고, 표현할 영역이 넓다고 생각했다. "덕희는 일단 차갑고 어둡다. 그런 류로 정의했다. 육지에서 떨어져 혼자 외딴 섬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는 8회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중간에는 뇌 이외의 바보같고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자 싶어서 약간 변주했다. 이 사람의 어설픈 모습들 세옥과 부딪힐 때 나온다. 세옥이한테 들키는 모습을 좀 보여주면서 변주를 해서 숨구멍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저라도 지칠 것 같더라. 하는 저도, 보는 사람도 지칠 것 같아서 틈을 찾으려고 했다."

매번 서로 만나면 으르렁대는 두 주인공과 살인이 난무한 '하이퍼나이프'. 단순한 혐관 서사인줄 알았으나 5회부터 완전히 다른 장르로서 해석되며 시청자들을 정주행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장례식장에서 과거 세옥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를 밝히며, 마치 속을 들킨 듯한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흥미를 돋운다.

"장례식장 씬에서는 친구끼리의 대화인지, 사제지간의 대화인지 모르겠는 모습이다.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옥에게 묵직하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다. 보통의 감정으로 이해하면 안되는 캐릭터다.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덕희는 세옥에게 실패를 맛보게 하기 위해 극단으로 가는 캐릭터다. 그래서 자신을 못 건들이게, 제발 고치지 말라고 한다. 과거 덕희는 세옥이가 첫 살인은 벌인 현장을 보고도 그렇게 안 놀란다. 거기서 세옥이가 덕희가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캐치하고 달려가서 차를 붙잡는다. 지들끼리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웃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최덕희 정세옥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5회에서 덕희가 차에 탄 상태에서 라디오를 듣는다. 이때 라디오에서는 미국 콜로라도 협곡에 사는 독수리의 훈육법이 흘러나온다. 또한 8회에서는 비로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덕희의 세옥을 향한 순애보가 드러난다. 덕희가 과거 세옥이 '아까워하지 말고 전부 다 달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가며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는 의미가 드러난 것이다.

설경구는 "후시녹음 할 때 '세옥이는 내 비참했던 청춘이니까~' '정신에도 DNA가 있다면 걔랑 나는 핏줄이야' 대사를 녹음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근데 그게 방송에서는 양 경감을 죽이고, 얼굴에 피가 튀는 세옥이의 모습에 그 대사가 그려지니 세옥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느껴지더라. 그런 세옥이가 슬프더라. 덕희도 이렇게 살았겠구나 생각에 되게 슬프더라"라고 말했다.

처음 호흡한 박은빈은 덕희로 몰입할 수 있게 한 최고의 상대배우였다. 사실 설경구가 '하이퍼나이프'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감독님도 있지만 두 분은 거의 신인이셨다. 박은빈씨한테 책이 갔다고 하더라. 생각할수록 재밌더라. 박은빈 소속사 대표와 오랜 친구다. 서로의 반응을 물어봤다. 저는 박은빈씨가 한다고 하니 되게 재밌을 것 같았다. 뭔가 다른 게 나올 거 같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았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최덕희 役 설경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설경구는 박은빈에게 의지했다며 고마워했다. "저는 젊은 배우랑 해도 콩 한쪽 가지고도 싸우는 사람이다. 선배로서 리더쉽은 없다. 박은빈씨는 듬직함이 있다. 한 작품만 같이 해서 어떤 배우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선한 역할만 하다가 이런 역할을 하니까 욕심도 더 많이 생기고, 준비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상대 배우와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게 은빈 배우가 처음이다. 사소한 것부터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말을 자꾸 시킨다(웃음). 근데 그게 너무 고마웠다. 저랑 연차도 몇년 차이 안 난다. 저는 연기할 때 선후배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르치는 것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은빈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한심한 새끼'라는 애드리브도 탄생했다. 설경구는 "제가 덕희가 세옥이한테 뭐라고 쏘아붙이면서 '한심한 새끼'라는 말을 제가 붙였는데, 감독님이 쓰셨더라. 은빈 배우가 나중에 '한심한 스승'이라고 되돌려줬다"며 웃었다.

 

'하이퍼나이프'의 엔딩에서 죽음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설경구는 "후반부의 덕희 최후는 처음 받아볼 때 알고 있었다. 과거를 먼저 찍고, 순서대로는 아니더라도 단락으로 찍을 줄 알았는데 단칼에 거절당했다. 촬영 스케줄상 이해는 되는데 정말 약오르더라. 저는 마지막 장면에 공들이고 싶었다. 짧은 순간인데도 죽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신경썼다. 10kg을 감량했다. 촬영을 병행하면서 빼니까 힘들더라. 그 전부터 천천히 뺐지만 쉽지 않았다"고 비화를 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최덕희 役 설경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이퍼나이프'는 쿠키영상에 열린 결말이 공개됐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세옥의 뇌 모양 타투가 양쪽 모두 색이 같아졌다는 점, 세옥의 웃는 눈, 마지막 수술실로 들어오는 남성의 발까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설경구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덕희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덕희가 세옥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수업이 실패라고 생각했다. 덕희는 세옥을 위해 자신의 뇌까지 준 것이다. 그래야 그가 더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쿠키 영상에서 얼굴은 안 나오고 걸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제가 찍은 것이 아니다. 덕희로서의 바람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덕희는 뇌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뇌를 건들이면 손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다 죽어가자 생각했던 것이다."

설경구의 결론에는 시즌2에 희망이 없다. 그럼에도 김정현 감독과 박은빈 역시 희망적인 결론으로 해석했다. 시청자들은 시즌2를 염원한다. "시즌2(웃음). 한다면 모르겠지만, 덕희와 세옥은 절대 안 풀고 살 것 같다."

시청자들에겐 단순한 메디컬 스릴러가 아닌, '불한당'을 잇는 또 한번 덕후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 '피폐 멜로'가 됐다. 설경구 역시 이 반응을 알고 있다. "한번은 은빈씨가 문자를 보내서 '피폐 멜로'라고 한다는 반응을 알려줬다. 표현이 너무 재밌었다. 사랑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과잉의 비정상적인 두 사람이다. 단순한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다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닌가. 다 주고 싶은 마음이 덕희 마음이고, 그런 덕희를 살리고 싶은 게 세옥의 마음이다."

설경구에게 '하이퍼나이프'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설경구는 "저는 막 글들을 많이 찾아보진 않지만 캐릭터 분석들을 한다고 하더라. 깊이 들어가 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더라. 저는 섬세하게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분들께는 죄송하고 감사하다. 다시 정주행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 놓친 심리들이 있을 것이라고. 이렇게 독특한 것은 이전에 안했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되게 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많은 분들이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묘한 드라마로 남아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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