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매지너리’ 김정민 작가·성찬경 작곡, 지우고픈 기억을 마주하는 법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8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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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이매지너리’는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서스펜스 뮤지컬로, 기억 삭제 프로그램 ‘이매지너리’의 개발자 ‘준’에게 10년 넘게 떨어져 살았던 동생 ‘카이’가 찾아와 자신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사무실에서 ‘이매지너리’의 창작진인 김정민 작가, 성찬경 작곡가와 만나 폐막을 앞둔 작품의 개발 과정과 비하인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이비컴퍼니

 

김정민 작가와 성찬경 작곡가는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태권, 날아올라’, ‘야구왕 마린스’ 등을 함께 만든 콤비로, 창작 동반자이자 부부로서 함께하고 있다.

2019년 쇼케이스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이매지너리’는 약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15분짜리 단편에서 시작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함께한 이들은 작품을 올린 소회를 전했다.

(성찬경 작곡) “본 공연으로 오기까지 정말 지난한 과정이 있었어요. 쇼케이스를 하고, 디벨롭도 하고, 새로운 회사도 만나면서 한 해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죠. 그 과정을 거쳐서 올려놓고 나니까 기쁜 마음은 당연한 거고, 어떠한 큰 과제를 마친 후련한 느낌이 들어요.”

(김정민 작가) “어떤 관객분이 부스에 익명으로 편지를 남겨주시고 갔는데 감사하게도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잘 느껴주신 편지였어요. 오랜 기간 많이 고민하면서 준비했는데도 더 디벨롭하고 싶은 부분이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객석으로 가닿고 있구나 하는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기억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창작물에서 자주 활용되어 왔다. 특히 아픈 기억을 지워버린다는 설정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로맨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자연스레 연상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 친숙하기에 자칫하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억’이라는 소재를 ‘관계’라는 주제와 엮어낸 김 작가는 지우고 싶은 기억에 대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태도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김정민 작가) “어떠한 기억을 지운다는 건 그 기억과 관련된 나의 모든 걸 지우고, 그들과 단절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해요. 따라서 그 기억을 단순히 지워야만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지.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싶었어요. 물론 나쁜 기억도 당신의 일부이니 이해해 보라고 말하는 건 폭력적이라 생각해요. 외부인이 절대 말을 얹을 수 없죠. 다만 어떤 사람이 괴로운 기억 탓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무작정 지우는 것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주변 사람과 함께 이 기억에 관련된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나중에는 그 기억에 대해 다른 태도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성찬경 작곡) “관계, 회복, 위로에 관한 이야기도 되지만, 결국 본질적으로 가면 모든 관계의 시작은 그 주체인 나니까 나에 관한 이야기예요. 나를 잘 마주하고 보듬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죠. 오래 걸려도 상관없고, 마주하고 났더니 또 지우고 싶어도 상관없으니 그 마주하는 과정과 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개막 전부터 ‘이매지너리’가 주목받은 것은 뮤지컬 장르와 SF 소재의 흔치 않은 결합이라는 데에 있었다.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CG와 편집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라이브 공연으로는 선보이기 힘든 장르였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SF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SF를 쓰기 위해 ‘이매지너리’를 창작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창작 당시 참여했던 멘토링 프로그램의 초점이 ‘뉴 뮤지컬’, 즉 기술과 콘텐츠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된 결과물에 맞춰져 있었기에 맞는 소재를 찾아가다 작품을 구상했다고.

이후 2020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창작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작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작품 개발에 들어간 ‘이매지너리’는 202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후보작을 거쳐 2024년 제18회 DIMF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는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했다.

(김정민 작가) “쇼케이스부터 창작산실 리딩, DIMF 때 했던 배우들이 다 다른데, 그 배우들이 하나같이 이번 본 공연 대본과 음악을 보고 정말 많이 바뀌었고 다른 작품이라 얘기할 정도로 네 버전이 다 달라요. 쇼케이스 버전이 제일 따뜻하고 가족적이었어요. 준과 카이도 지금처럼 데면데면한 형제가 아니었고요. 창작산실 버전은 가장 어두웠죠. 음악이 더 날이 서 있으면서 리아도 되게 공격적이면서 예민했어요. 그다음 DIMF 버전에서 보강해서 올라온 본 공연이 그사이 중간 정도의 색채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네 버전을 거치는 동안 인물의 이름과 성격이 달라지더라도, 3인극이라는 형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매지너리’는 이들이 만든 첫 3인극이기도 한데, 성 작곡은 ‘삼위일체’를 언급하며 3인극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성찬경 작곡) “보면 볼수록 3명의 관계가 완전한 관계로 느껴지더라고요. 2인극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모든 관계가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3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연주자도 3인조거든요. 삼중주와 삼중창, 3명의 악기와 3명의 사람이 어우러지는 하모니라는 게 본 공연에 올라가기까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콘셉트였죠.”

3인극이라는 형식과 함께 작품의 중심을 지킨 넘버는 가장 처음 만들어진 ‘가장 커다란 우주’다. 성 작곡은 이 넘버를 “작품의 주제를 가장 잘 담아낸 곡”이라고 소개했다.

(성찬경 작곡) “이 넘버는 본 공연까지 그대로 왔어요. 음악 자체를 잘 썼다기보다는, ‘가장 작은 공간 안에 커다란 우주가 있다’는 작품을 관통하는 말을 담아낸 것 같죠. 또 ‘이매지너리’에 신디사이저가 굉장히 중요한 악기로 나오는데, 신디사이저로 나타낼 수 있는 감성을 계속해서 발달시킬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된 곡이라서 ‘가장 커다란 우주’를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장편화를 진행했어요.”

 

▲ 사진=이비컴퍼니

음악적인 테마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시각적인 테마 역시 처음 장편화를 시킬 때부터 정립되었다. 극 중 기억의 조각을 의미하는 ‘퍼즐’이라는 용어는 포스터 디자인에서도 드러나듯 연출적인 부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정민 작가) “지우고 싶은 기억을 정확히 지워야 한다는 점에서 퍼즐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연출님도 이 개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서 ‘퍼즐’이라는 기억의 조각들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고민하셨고, 그 결과 CRT 모니터들과 판넬들로 구현되었죠.”

‘퍼즐’이라는 테마로부터 시작된 무대 연출은 관객들을 준과 카이가 뛰어드는 이매지너리 속으로 이끌었다. 작고 낮은 소극장 공간에서 광활한 우주를 풀어내는데 많은 고민이 따랐다고 밝힌 김 작가는 본 공연이 올라간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밀도 있는 공간이었기에 더 표현이 잘 되었다면서 만족했다.

(김정민 작가) “무대 위에 붙어있는 판넬을 연출님이 객석까지 붙이셨는데, 그래서 관객들이 객석에서 지켜만 보는 게 아니라 영상과 조명을 통해 함께 이매지너리 안으로 접속하는 느낌을 더 주는 것 같아서 좋았죠. 같은 이유로 스피커도 배치를 다르게 해서 극장 안에서 사운드를 돌리거나, 뒤에서부터 들리게끔 해서 입체감을 설계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누르면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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