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임가을 기자]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흉측한 얼굴 탓에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에서 유령처럼 숨어 지내는 ‘에릭’이 우연히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의 노랫소리를 듣고 매료되며 벌어지게 되는 일을 그린다.
본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카이는 최근 서울 강남구 EMK 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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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카이는 “한두 번 무대에 오른 뒤 다시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은데, ‘팬텀’이 10년 동안 5번이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건 관객분들의 사랑 덕분”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배우가 다시 부름을 받는다는 게 아주 큰 기쁨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큰 애정을 갖고 이번 10주년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10년 동안 공연된 ‘팬텀’의 5번의 시즌 중 무려 네 시즌이나 주역으로 활약한 카이는 2015년 이 작품으로 처음 주인공을 맡게 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저라는 인간에게 있어서도 ‘팬텀’은 큰 사건”이라고 말하며 카이가 아닌 정기열의 인생에도 큰 발자취를 남긴 작품임을 말했다.
“뮤지컬의 묘미, 기쁨, 감동을 알게 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성악도로서 노력해 온 부분이 오페라 가수를 가르치는 스승인 ‘팬텀’의 캐릭터와도 잘 매치가 되어서 그 어떤 작품보다도 편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서 ‘팬텀’이 2~3년 만에 찾아올 때마다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줘서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버텼구나’, ‘또 이 작품이 나한테 와줬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이 ‘팬텀’인 것 같다.”
말 그대로 작품과 함께 성장해 온 그는 “첫 무대가 어제 같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저만은 마치 냉동실에 갇혀있던 것처럼 처음 공연이 올라왔을 때와 지금이 계속 연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러한 감상을 받게 된 데는 10년간 쉼 없이 변화한 세상에 반해, 카이가 ‘팬텀’으로서 오르는 무대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팬텀’은 10주년이 되었지만, 소위 ‘갈아엎는다’고 표현할 정도의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고 말한 카이는 작품이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여진 2015년부터 변혁할 필요 없는 웰메이드였음을 강조했다.
“사람의 눈이라는 게, 계속 잘못되고 아쉬운 것들이 보인다. 그런데도 많은 변화가 없었다는 건 애초에 로버트 요한슨의 대본과 연출이 그만큼 완성형에 가까웠다는 거다. 그래도 요즘은 숏폼으로 바뀌는 시대이고, 너무 길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어서 이번 공연에는 평균 15분 정도의 런 타임이 줄어든 걸로 알고 있다. 없어지거나 편집된 넘버가 생겼고, 장면도 단순화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몰입감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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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형식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성장한 만큼 그가 연기하는 에릭 역시 함께 바뀌어나갔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이번 에릭이 크리스틴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바랐고, 카이 역시 이에 동감해 극 중 크리스틴을 지도하는 장면에서도 공감하며 이해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갔다고.
“아무리 배우라는 직업이 하나의 캐릭터에 다가가는 직업이라 하지만, 반대로 나라는 사람이 겪고 있는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마음이 캐릭터에 묻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삶을 좀 더 유연하고 따스하게 바라보려는 노력,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자세가 이런 것들로 변화되어 비치지 않았나 싶다”
노래를 부르는 태도에도 변화가 일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을 더욱 빛나게 해줄 때 가장 멋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크리스틴과의 듀엣 넘버인 ‘You are Music’을 꼽았다.
“듀엣을 할 때 상대 배우를 목소리와 연기로 이겨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밸런스와 적절한 소리, 연기적인 조합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크리스틴에게 양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번 시즌에도 제 소리를 더 줄이고, 크리스틴의 곁에서 그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치게끔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융화되고 하모니를 맞추는 과정인 이 장면이 저에게 있어서는 더 멋진 장면이 된 것 같다.”
이번 시즌에서 그와 호흡을 맞추는 크리스틴은 이지혜를 제외하고 모두 성악과를 졸업한 신인 뮤지컬 배우다. 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았다고 전한 그는 “뮤지컬을 십몇 년 하면서 습관처럼 움직이던 부분에서 탈피하고, 이들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했다”면서, “매번 극장에 올 때마다 너무 힘든데도 반짝반짝 눈이 빛나는 은혜와 혜린이가 느끼는 기대감과 즐거움, 행복감을 보면서 새로운 자극과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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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이어 카이는 이지혜, 송은혜, 장혜린, 각각의 크리스틴과 함께한 소감과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지혜 배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정말 똑똑하고, 본능적으로 잘한다.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한 배우이기도 해서 지금 그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크리스틴 역할을 정말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송은혜 배우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배우로서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웃으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성이 정말 크리스틴 같고, 참 기분 좋은 사람이다. 장혜린 배우는 똑똑하다. 하나를 얘기해 주면 열 개를 받아들이고 시도하는 현명함이 있다. 같이하는 사람으로서 역량에 대해 의심이나 걱정을 해 본 적은 절대 없다.”
2011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덧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뮤지컬 전공 초빙 교수로 임명되기도 하는 등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배우 생활을 계속해 오며 지향점이 바뀌고, 많아지기도 했다는 그는 최근에는 음악이 없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뮤지컬은 쇼 적인 부분이 크다. 내용상으로도 성인 동화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장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음악이라는 요소가 없더라도 어떻게 극을 이끌 것인지 찾아내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궁금해서 연극에 더 뛰어들었고, 반대로 연극을 했기 때문에 이 지점을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음악과 연기가 가장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따로 떨어져 있어도 어색함이 없는 그런 지점을 고민하는 것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장 큰 기술적인 지향점이고 노력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카이는 “순간순간 배우로서 느껴지는 감정을 음악과 언어를 단편적으로 표출했을 때 가장 순수하고 적절한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다”면서,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이고 좀 더 빛날 것인지 생각했다면, 지금은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내 감정을 잡아내는 집중력에 몰입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철저한 관리 역시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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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시간과 감기다. 시간이 흐르고 감기가 찾아오는 건 제 노력으로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공연을 하는 때만큼은 모든 일과의 중심이 공연 날짜에 맞춰져 있고, 시간 관리의 기준이 되는 게 공연과 연습이다. 세종문화회관에 수많은 분이 계시고, 저의 가장 좋은 것을 꺼내 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대 위 3시간보다 그 3시간을 살지 않을 때의 제 신체와 마음 상태가 더 중요하다. 무대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펼쳐내고 싶은 게 저의 가장 큰 열망이다.”
‘팬텀’의 이번 시즌은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작품을 재정비하기 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리는 그랜드 파이널 시즌으로 의미가 깊다. 잠깐의 이별임에도 “마지막이라면 너무 아쉬움이 크다”고 말하며 미련을 숨기지 않은 그는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발 가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매 공연마다 들고,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크다. 못 보낼 것 같다. 한 번의 무대를 끝낼 때마다 또 한 회차가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제 마음속을 장악하고 있다. ‘팬텀’에게 ‘다시 만나자’고 얘기하고 싶다.”
한편 ‘팬텀’은 박효신, 카이, 전동석, 이지혜, 송은혜, 장혜린, 리사, 전수미, 윤사봉, 민영기, 홍경수, 박시원, 임정모 등이 출연하며 오는 8월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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