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키드’ 박혜나 “길고 긴 1막은 2막을 위한 것…많은 디딤판 필요하다 생각했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12-15 16: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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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국내 최다 공연 엘파바로 이름을 올린 박혜나가 영화 ‘위키드’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았다.


‘위키드’는 자신의 진정한 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박혜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샘컴퍼니


박혜나는 “이 시점에서 무대에 서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더빙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제 목소리가 OST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위키드’로 제 목소리를 남길 수 있어서 좋다. 아이에게 제가 무대에 있는 건 못 보여줄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 노래를 들려줄 수는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더빙을 맡게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결혼 8년 만의 임신 소식을 전한 박혜나는 올해 6월 딸을 출산했다. 그가 ‘위키드’의 더빙을 맡게 된 건 출산을 바로 앞둔 시기로, 출산 이틀 전 샘플 녹음을 해야 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어떻게 다시 무대에 복귀할지, 아이는 어떻게 잘 키울지, 생각하던 차에 제안이 왔다. 원래는 임신 전날에 녹음해야 했는데 힘을 너무 줘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아이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틀 전으로 날짜를 옮기고 열창했다. 녹음 기사님들이 다 아이가 있는 어머니였는데 막달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같이 울었다. 이후에 건강하게 출산하고 더빙을 완수할 수 있었다. 열심히 좋은 사람이 되라면서 감사한 기회가 찾아와준 것 같다.”

오랜만의 복귀라는 반가운 소식에 팬들도 열렬한 반응으로 화답했다. 무대 인사라는 홍보 행사를 처음 경험해 본 박혜나는 “너무 정적으로 살다가 행사에 참여하니까 너무 정신이 없었다”고 웃어보이면서도 팬들에 대한 뭉클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무대인사를 통해 만난 팬들은 다른 팬들이 아니었다. 제가 오랜만에 나오니까 무대에서 저를 응원해 줬던 팬들이 찾아와줬고, 덕분에 반가운 얼굴도 다시 봤다. 15개 관을 다 도는 낯선 경험을 했는데 팬들이 모든 관에 다 있었다. 15군데에 다 인사한 걸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는 걸 보고 눈물이 나더라.”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위키드’는 박혜나에게 처음으로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 역할을 안겨준 작품으로,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국내 최다 회차를 기록한 엘파바로, 그가 참여하지 않은 세 번째 시즌이 마무리된 시점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박혜나는 “되게 기쁘더라. 엘파바는 애착이 가는 역할이다. 소유욕 같은 건 전혀 없지만 이 역할로 많이 성장했고, 주는 의미가 너무 커서 의미가 담긴다는 게 기쁜 일”이라며, “감사한 작품이 어마어마하게 좋기도 하다. ‘위키드’가 더 널리 작품성을 인정받고 알려졌음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키드’를 생각했을 때 많은 이들이 ‘Defying Gravity’와 ‘Popular’ 같은 킬링 넘버를 떠올리곤 하지만, 박혜나는 “노래가 아름다우면서 강렬해서 귀가 즐거운 것도 있지만,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무서운 팩트를 담고 있어서 성인이 읽어야 하는 동화책 같기도 하다. ‘위키드’를 통해 매스컴의 무서움을 많이 느꼈고,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집중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동화적이지만 현대 사회랑 너무 잘 맞는 내용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과 공존, 진실과 정의에 대해 잘 표현된 작품 같다. 우리는 현대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위키드’는 50년이 지나도 무대나 표현 방식이 달라질 뿐 메시지는 오래갈 것 같다.”

박혜나의 더빙 대표작인 ‘겨울왕국’에서는 가창 파트만 맡았지만, 이번 ‘위키드’에서는 가창과 더불어 대사 더빙까지 맡아 활약했다. 애니메이션 한편 빼고는 대사 더빙을 경험해본 적 없었던 그는 “해보지 않은 작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미 경험한 역할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고, 하면서 내가 엘파바라는 인물은 잘 표현살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믿을 구석은 무대에서 엘파바라는 역할을 오래 했다는 것이었다. 더빙을 해야 하는 영상은 색도 없고 글씨가 화면을 가려서 입 모양을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무대에서 경험했던 엘파바가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캐릭터 해석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배우가 역할을 잘 만들어줬으니까 한국어에 맞는 소리를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더빙을 하면서는 저도 모르게 엘파바를 했을 때의 시기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무대에서 할 때는 바빠서 못 느꼈던 엘파바의 전사나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더 보게 되면서 더 확장된 경험을 하기도 했다.” 

 

▲ 사진=샘컴퍼니


‘위키드’의 원어 버전은 엘파바 역에 신시아 에리보, 글린다 역에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맡아 연기했다. 그들의 모습과 노래에 맞춰 더빙을 하는 작업은 무대에서 배우로서 인물을 표현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배우도 하나의 각색자로서 대본을 해석하고 무대에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더빙은 너무나 영상이 뚜렷하게 있어서 기계 같지 않고 살아있으면서도 이질감이 나지 않게 표현해야했다. 노래적으로는 신시아 에리보나 아리아나 그란데가 너무나 노래를 잘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기존 뮤지컬 곡과는 다른 애드리브가 많다. 그 구간을 단순한 기교나 소리가 아니라 어떠한 의미를 담아서 무대 위의 언어, 대사로서 전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배우가 다른 만큼 캐릭터 해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박혜나는 무대에서 직접 연기한 엘파바와 신시아 에리보가 영화에서 연기한 엘파바의 색깔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제가 무대에서 경험한 엘파바는 주변으로 인해 선입견에 시달리면서 살았으니까 피해의식이 강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인물로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아픔과 슬픔이 있지만, 감정을 잘 다스리는 이성적인 인물 같았다. 그 점을 잘 표현하기 위해 소리를 낼 때 더 넓게 내고, 목소리 톤도 다운시켰다.”

또 그는 “인종적으로 소리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스태프분들이 디렉션을 주셨다”면서, “신시아 에리보의 소리는 깊고 넓으면서 열려있기 때문에 이목구비를 최대한 연 채로 소리를 내야 해서 에너지가 많이 달리더라. 그분이 가진 골격의 소리를 담아 표현하는 게 제게는 관건이었고, 도전이면서도 재미있었다.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더빙 작업에 대한 감상을 덧붙였다.

 

▲ 사진=샘컴퍼니


‘위키드’의 또 한 명의 주연, 글린다 역은 정선아가 맡아 더빙했다. 정선아 역시 박혜나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다 공연 글린다로, 초연부터 삼연까지 빠짐없이 참여한 캐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정선아와 합을 맞춘 박혜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아가 ‘시카고’ 벨마 역을 할 때 녹음을 시작해서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 채로 왔다. 본인은 걱정했지만, 오히려 아리아나 그란데와 목소리가 잘 맞는 것 같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시즌도 쉬지 않은 글린다이고, 굳이 글린다로서의 대사와 행동을 고민할 필요 없는 본투비 글린다다.”

박혜나는 ‘위키드’를 영화로 만나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의 감상으로 무대가 갖는 무한한 상상력을 잘 구현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나 완벽해서 기존에 상상했던 것과 차이를 느낀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또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까 디테일한 눈 움직임과 호흡, 미세한 표정 변화는 볼 수 없는데 영화에서는 그게 느껴지니까 캐릭터들이 좀 더 디테일하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안무가 미친 것 같다. ‘위키드’스럽고 장면을 잘 표현했다.”

외화의 경우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이 더빙보다는 원어판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더빙판을 꼭 봐야할 이유에 대해 박혜나는 번역의 완성도를 꼽았다. 그는 “작가님이 천재적으로 그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장난, 유머들을 우리나라에서 통용될 수 있게 바꾸셨다”면서, “장면에 바로 꽂히는 대사들로 인해서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흡인력이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위키드’는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지만, 뮤지컬 전막 상연 시간인 2시간 30분을 능가하는 긴 러닝타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박헤나는 “저도 솔직히 좀 길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1년이라는 긴 인터미션을 지나오는 2부가 기대 된다”고 말했다.

“길고 긴 1막은 2막을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막의 내용을 뿌렸을 때 사람들이 이해하게 만들려면 많은 디딤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치들을 까는 것과 동시에 내용도 전달하고, 재미까지 넣다 보니까 길이를 줄이고 줄인 게 지금의 러닝타임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1막의 내용을 담은 이번 영화에 이어 2막의 내용을 담은 속편은 내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1년이라는 긴 공백 이후 속편의 더빙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박혜나는 고민 또는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No Good Deed’라는 넘버를 좋아하는데 2막에 있어서 부르고 싶다. ‘비극이 시작됐어!’라고 하는 노래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노시는 행사에서도 부를 수가 없고, 어디서도 부르기가 애매하다.(웃음) 신시아 에리보가 어떻게 불렀을지도 궁금해서 관객들처럼 기대를 하고 있다.”

한편 ‘위키드’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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