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가족’ 양우석 감독 “모든 가족이 디즈니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답지는 않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12-06 15: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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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양우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등이 출연한다.


‘대가족’의 양우석 감독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양 감독은 “어제 메일 체크하고 있다가 비상계엄이 발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농담하냐고 받아치니까 뉴스 좀 보라고 해서 컴퓨터로 속보를 확인했다”면서 이번 사태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경찰이나 행안부 소속 공무원으로는 손이 부족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군인까지 동원해서 질서를 유지하는 게 계엄의 정의인데, 이미 통제를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인들까지 내려와서 수습할 일인가 싶은 것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화산이 폭발했거나 지진이 나지는 않았지 않나. 또 저희 때는 국회의원 정족수 문제가 시험 문제에 자주 나와서 외우고 다녔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국회의원 2분의 1 이상 계엄 해제 동의를 해버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제인데 이걸 왜 했지? 하는 의아함이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3일 안에 원상복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3일보다도 짧게 걸렸다. 그건 예상하지 못했다.”

앞서 영화 ‘변호인’, ‘강철비’ 시리즈를 선보인 양 감독은 이번 ‘대가족’을 통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혼란한 시국과 개봉 시기가 겹친 것에 대해 그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영화의 본질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영화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극장의 큰 매력은 옆 사람과 같이 보고 느끼고, 울고 웃는 것인데 이렇듯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슈가 생기면 어찌 됐든 다들 놀라고 당황하고 피로하지 않나. 많은 분이 극장에 간다는 추억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고, 몇 년째 안 오신 분도 꽤 되시는데 극장에 온다는 경험으로 복잡함과 피로함을 씻으시면 어떨까 싶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보통 ‘대가족’이라는 단어에는 클 대(大)자를 붙여 식구가 많은 가족을 의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영화의 제목 ‘대가족’에 대할 대(對)자를 빌려 다른 뜻을 부여했다.

양 감독은 “대할 대자로 처음부터 생각했고, 그래서 영어 제목도 ‘about family’다. 제목을 ‘가족에 대하여’로 지으면 너무 논문 같아서 지금의 모양이 됐다”면서, “실제로 영화를 보면 대가족이 나오기도 해서 클 대자가 지닌 중의적인 의미도 함께 가져가게 됐다”고 제목을 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모든 가족이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우면서 완벽하지는 않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대가족’은 가족 간에 갖고 있는 상처를 극복해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고, 더 나아가서는 확대되어 가는 가족, 그러한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영화다. 웃을 수 있는 장면도 있지만,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도 있다. 최대한 신파를 배제했음에도 울림이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아마 관객분들이 가족에 대해 갖고 있었던 감정이 공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앞서 양 감독이 선보였던 작품들은 대부분 정치, 스릴러, 법정 등 일상과는 거리가 먼 소재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올해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가까운 가족이라는 소재로 신작을 가져온 것에 대해 그는 전작과 이번 ‘대가족’ 모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참 전부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가족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풍족해졌다고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을 꾸리기 힘든 세상이 됐다. 인간이 가장 보수적으로 되고, 늦게 변하는 것 중 하나가 가족에 대한 일인데 최근이 땅에서 가족의 형태와 종류에 많은 변화가 있어서 가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사실 모든 가족은 비슷하지만 다 다르지 않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루려고 많이 노력했고, 만들면서 이제는 가족 구성원들이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정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챙겨줄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대가족’은 가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재치 있는 유머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있지만, 정작 영화를 쓰고 연출한 양 감독의 생각은 정반대라 밝혀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사실 ‘대가족’이 ‘변호인’이나 ‘강철비’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과 ‘강철비’는 21세기의 우리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특수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대가족’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전부 가족이 있거나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고, 가족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앞 작품에 비해 더 진지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양 감독은 ‘대가족’이 가족 코미디라는 장르 뒤 성장 드라마라는 성격도 포함되어 있음을 집어 말했다.

“무옥도 성장해 가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와 관계에 대해 생각을 바꿨고, 아이들은 성장 자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문석도 불자이자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이루고 이해도를 높인다. 이 성장 드라마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관객분들이 나중에 돌아가서 생각해 보시면 모든 등장인물이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그 후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족을 돌아보고 공감하면서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만둣국 노포 맛집을 운영 중인 ‘함무옥’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다. 양 감독은 함께 작업한 김윤석에 대해 “여태까지 해온 것과 정반대되는 역할을 할 때 제일 잘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선배님의 최대 장점이 뭘 하시더라도 장인처럼 보인다는 걸 생각했다”고 캐스팅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시간이 짧은 영화에서 무옥이 어떻게 만두 장인이 되었는지를 그릴 때 선배님은 그냥 만두를 빚어서 올려놓기만 해도 만두 장인처럼 보이신다. 또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캐릭터에는 집요함이 있으신데, 몇십 년 동안 가족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는 무옥과 잘 어울렸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간 많은 작품에서 보여줘 왔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 김윤석은 처음 보는 얼굴로 양 감독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을 보면서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반달 눈이 되어서 웃으시는데 전 여태까지 선배님이 출연하신 모든 작품에서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김윤석의 뛰어난 연기력에 대해 감탄했다.

“유행하는 MBTI로 표현하자면 오히려 이런 F적인 연기를 극단적인 T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것이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 표현을 관객에게 보여줘야하는 배우분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관객한테 다가갈 수 있을지 섬세하게 고민하고 계산하시는 거다.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준다는 게 배우에 대한 가장 좋은 정의라 생각한다. 삶을 살면서 우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사는지 잘 모르지 않나.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TV나 스크린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런 배우분들의 매력에 빠져서 이번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을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김윤석의 아들로는 이승기가 이름을 올렸다. ‘함문석’ 역에 이승기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양 감독은 “문석이라는 캐릭터가 키도 훤칠하면서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라 그냥 딱 이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스태프들이 두 분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좀 하시더라. 두 분의 케미는 제 상상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승기는 극중 불교계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주지스님으로 등장한다. 스님을 연기해야 했기에 삭발 투혼이 불가피했고, 이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캐스팅할 때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가발을 쓰더라도 티가 나기 때문에 CF를 찍으시는 분은 삭발하기가 힘드시다. 그래서 강제하기보다는 권유하는 투로 물어봤는데, 흔쾌히 해 주셨다. 근데 이승기 배우님이 불자시다. 스님들을 많이 보시니까 배우님한테는 삭발이 흔하게 보던 머리였던 거다. 그래서 배우님도 삭발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큰일이라는 생각을 안했고 그냥 밀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찍는 날에서야 큰일이라고 느끼셨다 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11월 열린 ‘대가족’ 기자간담회에서 이승기는 ‘대가족’ 촬영 현장에 대해 ‘배움의 현장’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훈훈했던 분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캐릭터의 성장뿐만 아닌, 배우의 성장도 함께 이룬 현장이었음을 전했다.

“드라마 현장은 같은 시간 내에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해서 시간을 압축해 찍어야 한다. 물론 영화도 촉박하지만, 드라마에 비하면 같이 고민할 만한 여유가 있다. 이번 영화도 처음에는 같이 모니터 보고 연기 톤 같은 것에 대해 토론해 나갔는데, 반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제가 원하는 방향 그대로 연기가 나왔다. 또 옆에 너무 좋은 배우님들이 계시니까 그분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참고하고, 촬영 끝나면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 말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로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연말 연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들의 라인업은 치열하다. 특히 양 감독의 데뷔작인 ‘변호인’의 주인공 송강호는 동시기 개봉작 ‘1승’에 출연해 흥행 경쟁을 하게 됐다. 이에 그는 “다 잘됐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영화 전체의 안녕을 빌었다.

“영화 산업이 많이 힘들다고 했을 때 ‘신과 함께’, ‘강철비’, ‘1987’이 1주 사이로 개봉해서 세 영화가 거의 2천만 관객을 동원했었다. 그때가 굉장히 영화인으로서 행복했다. 어렸을 때 가끔씩 귀한 기회로 극장에 가면 결말이 다가올수록 영화가 끝나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만큼 극장이 제게 주는 행복이 있었는데, 관객분들도 같이 울고 웃으면서 끊지 않고 끝까지 함께 보는 행복한 경험을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대가족’은 오는 1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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