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보’ 이상일 감독, “日 천만 흥행…가능성 생겼다고 받아들인 영화인 많아”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7 1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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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모두가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감동받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국보’의 연출을 맡은 이상일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의 배급사 NEW 사옥에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이상일 감독 [사진=NEW]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야쿠자의 아들 ‘키쿠오’가 가부키 명문가 아래 거두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배우로서의 삶을 담았다.

가부키, 그중에서도 여자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인 ‘온나가타’에 대한 흥미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밝힌 이상일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담고 싶었던 가부키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했다.

“가부키는 스타일이 특이하다. 의상이나 화장으로 표현하는 것도 많아서 겉으로만 보고 어떤 캐릭터인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또 무대는 특이하게 보이지만, 주제는 원수를 갚는다거나 에도시대 서민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등 보편적인 내용이다. 여기에 온나가타를 통해 보여지는 아름다운 느낌이 있다. 영화화하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가부키 무대가 아닌 가부키를 하는 배우들과 그들의 배경이다. 특히 자식부터 손자까지 혈통으로 계승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어 이 점도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전통 예능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스크린에 담은 만큼 자료 조사도 철저히 진행했다. 자료와 문헌, 옛 영상들과 함께 매달 진행되고 있는 가부키 공연들을 보러가며 ‘눈으로 읽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말한 이 감독은 원작 소설의 작가가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했던 노력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요시다 작가님은 검은 옷을 입고 스태프처럼 여러 취재를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기가 겹쳐서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그래도 가부키 배우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디테일을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느낀 건 그들의 생활과 무대의 거리감이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무대 뒤 분장실이 그들의 방 같은 느낌이고, 거기서 생활하면서 나오는 고유의 느낌이 있었다.” 

 

▲ 사진=미디어캐슬

 

가부키 세계를 다룬 작품인 만큼, 극 중에서도 가부키 공연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주인공 키쿠오의 성장가도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순간인 만큼, 이 감독은 단순히 ‘가부키’라는 공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을 넘어 그 무대에 서는 배우의 심리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가부키라는 예술이 스펙터클하게 보여야 하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무대를 보는 시점이 필요했고, 가부키 배우들의 영화인 만큼 그들의 입장에서 보이는 시점, 즉 무대로부터 객석을 바라보는 풍경이 필요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배우의 내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저 가부키를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의 고통이나 중압감, 기쁨과 같은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야 해서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이 세 종류의 시점을 섞어서 무대를 꾸렸다.”

키쿠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공연하는 가부키 작품 중에는 이 감독의 의도로 바뀐 부분이 존재했다. 원작에서 키쿠오가 마지막으로 공연하는 작품 ‘아코야’는 영화에서 ‘백로 아가씨’로 바꿔 인간 국보 만키쿠의 공연을 보고 감명받았던 어린 키쿠오와의 연결고리를 더했고, 키쿠오와 슌스케가 마지막으로 공연한 작품도 ‘스미다가와’에서 ‘소네자키 동반자살’로 변경해 한한 콤비의 관계성을 굳건히 했다.

특히 이 감독은 “‘소네자키 동반자살’이 두 사람의 인생에서 둘이 쌓아온 인연에 대해 그릴 수 있는 작품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각색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브로맨스라고 하면 간단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성별을 초월한 둘 사이의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소네자키 동반자살’이라고 생각해서 각색할 때 바꾸게 되었다. 또 이 작품은 연인이 함께 죽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고, 토쿠베이가 함께 죽기 위해 오하츠를 죽이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대에 선 슌스케가 배우로서의 생명을 끝내는 것을 키쿠오가 지켜봐주는 느낌으로도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사진=미디어캐슬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피고 지는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고찰한 이 감독은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면 많은 빛을 받지만, 빛보다 그림자가 많은 느낌”이라면서, “조그만 빛을 받기 위해 이만큼 많은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 배우의 인생이라는 느낌이라 존경하고 매력적이면서도 무섭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짊어지고 있는 인생을 돌아보면 그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은 진흙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기도 하고, 영화 속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말처럼 실제로 제 인생을 다 바쳐서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를 먹고 사는 이기주의자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예술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0일 기준 ‘국보’는 1,20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170억 엔을 돌파했다. 곧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인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2003)의 흥행 수익인 173.5억 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는 흥행의 이유를 말했다.

“가부키는 일본인 모두가 알고 있지만, 보러 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가부키와 전통 예능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올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또 모두가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 사진=미디어캐슬

이 감독은 재일 한국인 3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일본 사회의 주류가 아닌 이방인으로서 이번 성과를 낸 것에 어떤 감상이 드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지자, 그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라며 웃어보였다.

“인간은 태어나는 것을 결정하지 못한다. 바뀔 수도 없다. 일본에서 일본 사람들과 같이 자라왔기 때문에 가부키에 흥미를 가진 것도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다르기에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이 조금 따라오는 정도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한국 감독이 가부키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서 어색하다는 감상은 없다.”

이번 ‘국보’의 흥행은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체인소 맨’ 등 애니메이션과 TV드라마 극장판이 강세인 일본 극장가에서 낸 성과이기에 현지 영화인들에게는 격려와 응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에 관해 이 감독은 “어떠한 가능성이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영화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요즘 애니메이션이 대세고, 실사 영화도 TV 드라마의 극장판이거나 유명한 만화가 영화화 되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사람들이 많이 보는 풍조가 있었다. 근데 ‘국보’는 휴먼드라마고 가부키가 특히 어려운 주제이며 러닝타임도 3시간이라는 불리한 조건인데 이렇게 대박이 나니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더욱 다양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보’는 오는 1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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