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원작에서는 마감 때문에 풀지 못했던 이야기였는데, 드라마로 풀 수 있어서 이제 여한이 없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무빙'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지난 18일 최종회가 공개됐다. 종영 후 '조명가게'의 원작, 각본을 맡은 강풀 작가가 스포츠W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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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작가 강풀/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강풀 작가는 지난 2023년 '무빙'으로 디즈니+와 첫 호흡했다. 총 20부작으로 구성된 '무빙'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초능력 소재의 액션 스릴러 히어로물로, 다양한 능력자와 인간군상이 등장하며 전 세계에서 호평 받았다. 강풀 작가와 디즈니+는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로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조명가게'는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는 장벽에도 또 한번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다.
강풀 작가는 "호러는 영화에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면서도 그걸 많이 느꼈다. 8부작이 많지도, 적지도 않다. 초반엔 호러고, 뒤에는 휴먼 드라마처럼 하는게 전략이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근데 뒤로 갈수록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드라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풀 작가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사랑, 휴머니즘이 필수 값이다. 그 안에서 특정 캐릭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총 8부작인 '조명가게'는 처음부터 4화까지 한번에 공개, 이후 두개 씩 3주간 공개됐다. 호러 장르로서 조명가게 주변을 배회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4화까지 그려진 후, 4화 엔딩에서 미스터리한 캐릭터와 서사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에는 김설현이 연기한 청각장애인 지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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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지영 현민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극 중 지영은 사고로 남자친구 현민(엄태구)을 잃었다고 오해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이다. 그는 사후 세계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남자친구를 계속해서 심폐소생 한다. "20대 때 목사님인 부친이 기도하러 중환자병동을 가실 때 많이 운전하고 많이 따라갔다. 거기서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의식 없는 환자가 어떻게 의지가 있지? 그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따라간 인물이 지영이다. 결말을 보면 귀신의 탄생기이기도 하다. 귀신이 죽기 전에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영의 동선으로 시작했다. 첫 장면이 혼자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다. 그곳은 이미 사후 세계다. 자기 연인을 밀어내는 여자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시작됐다."
'조명가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앤매너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 자체다. 조명가게가 더 밝게 보이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이 등장한다. 강풀 작가는 "임사체험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빛을 봤다'고 하더라. 그게 뇌의 신호라고 하더라.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말한 통계가 있더라.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조명가게 빛, 전구의 필라멘트가 심전도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희망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체험 후기가 흥미로웠다. '회광반조'(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밝아지는 현상)라는 말도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더라. 그래서 빛이 모인 가게를 생각해보자 해서 조명가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강풀 작가는 배우 김희원에 '조명가게' 연출을 제안했다. 김희원 감독은 첫 연출작임에도 '조명가게' 특유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원작 팬들마저 사로잡았다. 특히 4화 엔딩으로 인해 호평이 줄을 이었다. "김희원 감독과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초반에는 호러로 가자고 했었다. 4화가 끝난 후 5화부터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앞 부분에는 인물들의 소개를 집요하게 하자 싶었다. 생과 사를 선택하는 이야기를 후반부에 늘어놓자고 전략을 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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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중환자병동 롱테이크 씬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4화 엔딩 중환자병동 롱테이크 씬은 강풀 작가마저도 사로 잡았다. "보통 중환자병동 환자들은 각종 기계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저는 극본 쓸때 캐릭터 하나하나가 사후 세계에 있는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썼었다. 근데 감독님이 과감하게 판단한 것이다. 저는 너무 영화적 허용을 몰랐더라. 중환자병동은 시력 보호를 위해 안대도 착용해야 한다. 근데 모든 캐릭터를 한번에 롱테이크로 보여주는데 너무 놀라웠다. 카메라가 천장에 있어야 해서 중환자병동 천장을 다 드러내고 찍었다. 감독님 판단이 너무 멋있었다."
가장 슬펐던 장면으로는 지영이 현민과의 추억의 장소에서, 몇 번이고 바느질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살려내는 모습이었다.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저는 그게 제일 슬펐다. 설현씨가 꿰메는 장면. 애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제일 슬픈 장면이라 생각했다. 애인을 추억의 장소로 데려가서 깨우는데 얼마나 절망감이 컸을까. 그 장면이 너무 크다."
김희원 감독은 30여년간 배우로서 활동해왔다. '조명가게'가 첫 연출작이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 직후 단번에 우려는 지워졌고, 호평만 가득했다. 강풀 작가는 "김희원 감독님과 작품이 정서가 잘 맞았다. 감독님은 슬픈 상황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캐치하신다. 제 작업실에 맨날 오셔서 장면 하나하나 놓치고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정말 집요하고 디테일하다. 장면 연출을 위해 제 앞에서 일인극도 많이 보여주셨다. 처음에 제안했을 때는 고민을 하셨는데, 한달동안 고민하고 수락하신 후에는 정말 긴밀하게 대화를 많이 나눴다. 결론적으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한다"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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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원영 유희 부녀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이어 "드라마 후반부가 너무 좋았다. 5화부터 시작이고 지칠 정도로 감정을 몰아붙이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리듬감을 너무 잘 보여주신 것 같다. '조명가게' 안에서 사람들이 선택하는 모든 장면이 좋았다. 제가 약간 객관성을 잃었다. 편집본을 계속 받고 보면서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강풀 작가는 20년 넘게 웹툰 작가로서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는 '마감'이라는 압박이 늘 따라다녔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마감의 압박으로 인해 아쉬웠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그 중 최고의 장면으로 8화에 등장하는 조명가게 사장 원영(주지훈)과 딸 유희(이정은)의 서사를 꼽았다. "원작에는 없던 이야기다. 만화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논리적으로 못 그린다면 스스로 상상력을 제안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전사를 또 그려야 한다. 이정은씨가 말을 못하는 것은 만화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감 후에 아쉬운 생각들을 적어뒀다가 이번에 드라마로 풀었다. 원작에서는 마감 때문에 풀지 못했던 이야기였는데, 드라마로 풀 수 있어서 이제 여한이 없다(미소)."
이어 강풀 작가는 "8화의는 유희, 현주(신은수) 모녀 씬 쓰면서도 울었다. 원영과 유희의 이야기는 주지훈씨와 이정은씨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 더 울었다. 현장 편집본으로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이정은씨는 원래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사후 세계에서는 한 마디밖에 대사가 없다. '아빠가 기다려' 그 대사는 중의적인 의미다. 입안이 틀어막힌 채 연기하는데 정말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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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쿠키영상 고윤정(장희수), 박정민(영탁)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조명가게'는 웹툰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 상황. 하지만 8화 엔딩 쿠키영상에는 강풀 작가와 디즈니+가 협업해 역대급 기록을 경신한 '무빙'과의 콜라보가 예고됐다. 특히 '무빙'의 장희수(고윤정)가 등장, 영탁은 배우 박정민이 캐스팅돼 깜짝 등장했다. "박정민씨는 3년 전부터 얘기해놨다. '무빙' 촬영 전부터 영탁이라는 인물을 제안했고, 정민씨도 흔쾌히 대답했었다. '무빙'에서 카메오로 나오길 바랐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 저한테 카메오는 안 좋은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 '조명가게' 때 다시 연락했다. 고윤정 배우한테도 전화했다. 둘다 흔쾌히 나와준 것이다. 처음부터 생각해놨던 것이다. 촬영 일주인 전에 수정된 대사를 감독님께 드렸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배성우가 '조명가게' 형사 양성식 역으로 출연, 쿠키 영상에도 등장했다. 강풀 작가는 "형사는 영탁, 희수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라면서 "감독님이 오래 배우 생활을 하신 베테랑 배우다. 뭔가 있으니까 라고 생각을 했다. '무빙' 때는 뭣도 모르고 캐스팅에 개입을 했다. 다 서로 추천 하고, 논의 끝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박혁권 배우는 제가 추천했다. 이자감씨는 낯선 얼굴이 필요했다. 어릴 때부터 알던 배우분이라서 제가 추천했다. 나머지 배우분들은 다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풀 작가는 이제 '무빙2' 집필에 들어간다. '조명가게'와 세계관을 이은 만큼, 글로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타이밍'과 '아파트'도 언제 영상화 될지, 세계관이 연결될 지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저는 이제 '무빙2'를 내년까지 쓸 예정이다. 당분간은 극본 작업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세계관을 넓힐 마음이 없었다. 등장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하기도 하고, 한 20년 작업을 하니 세계관이 되더라. '조명가게'는 닫힌 이야기가 맞다. '타이밍'도 끝난 이야기지만 브릿지가 있다.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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