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손바닥으로 미친 듯이 제 몸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던 한 소년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상 속 우연히 발견한 리듬에 마음을 빼앗긴 순간부터, 낡은 드럼 친구 ‘티키툼’과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몸을 던진 여정까지. 비트와 사랑에 빠진 ‘아드리앙’은 심장처럼 뛰는 그 소리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SWTV는 최근 서울 장충동 소재의 카페에서 연극 ‘온 더 비트’의 ‘아드리앙’ 역을 맡은 윤나무와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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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프로젝트그룹일다 |
프랑스 배우이자 연출가인 세드릭 샤퓌가 직접 쓰고 연기한 ‘온 더 비트’는 2007년 처음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2022년 프로젝트그룹일다가 기획하고 초연을 올려 흥행해 폐막 4개월 만에 다시 앵콜 공연을 올렸고, 이는 유료 객석 점유율 93%를 기록하는 등 초연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윤나무는 이 작품의 초연부터 앵콜, 재연 시즌까지 모두 개근한 배우다. 그는 일상에서 비트를 만난 아드리앙처럼 ‘온 더 비트’를 통해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을 경험하다 보면 생활 속에서 들리는 소리나 음악을 들었을 때 드럼 소리가 달리 들려요. 뮤지션이 된 건 아니지만 작품을 연습할 때 계속 드럼에 몰두하니까 음악을 들을 때 킥을 어떻게 차고 있는지, 몇 박짜리 곡인지 들리기도 하고, 소리에 대해 이전 삶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있죠.”
올해 시즌은 앞선 시즌의 간격에 비해 공백이 길었다. ‘온 더 비트’의 새 시즌이 돌아오기까지 약 2년이라는 공백 동안 윤나무는 제작사가 선물해 준 전자 드럼을 계속해서 두드렸다고 말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날 때마다 두드리려고 했어요. 전에는 작품 안에서 연주해야 하는 부분의 연습을 위해 쳤다면, 이번 공백 동안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연주 하면서 집에 있는 전자 드럼이 아드리앙의 ‘DTX 900’이나 ‘티키툼’이라 생각하고 좀 더 친숙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재정비를 마친 ‘온 더 비트’는 공간이 크게 달라졌다. 초연과 앵콜 시즌 200석 대의 좁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중극장 규모의 이해랑 예술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작품은 보다 시원하고 탁 트인 공간과 함께 달리 디자인된 무대 세트로 새로운 감상을 가져왔다. 이에 윤나무는 “처음 이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드리앙의 콘서트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TOM은 홍대 지하에 있는 인디 밴드들이 공연할 법한 분위기의 극장이었다면, 이번 공연장은 천장이 높고 시원해서 공간 자체의 규모가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드리앙의 심리적인 공간으로서는 처음에는 좁게 시작했다가 드럼과 비트를 만나며 변화하는 세트로 아드리앙의 넓어진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느끼실 수 있는 것 같아요.”
동국대학교 출신인 그는 ‘온 더 비트’의 새로운 무대인 이해랑 예술극장과 인연이 깊다.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건 물론이고, 신인 시절 참여한 뮤지컬 ‘아가사’의 초연과 또 다른 프로젝트그룹일다의 작품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공연한 적이 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이번 공연에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온 더 비트’를 한다고 했을 때 극장 구조가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는데, 두 블록 사이의 복도가 바로 떠올랐어요. TOM에서 관객들 틈바구니로 올라가는 동선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고, 커튼콜에서도 군중 속으로 몸을 던져서 관객분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아드리앙을 좀 더 가깝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연출님께 그 중간 복도를 작품의 한 공간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커진 무대에 홀로 서 이야기를 끌고 가게 된 윤나무는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아드리앙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공간이 커지면 더 적극적으로 해야할 것 같지만, 그렇게 하는 걸 지양했다”면서, “관객들이 내 이야기를 그냥 듣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어필하는 건 아드리앙스럽지 않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한 세계 안에서 살고 있고, 무언가 하나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계속 듣고 싶게끔 연습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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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프로젝트그룹일다 |
무대와 마찬가지로 출연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 시즌에는 강기둥과 함께 더블 캐스트로 공연을 꾸렸지만, 이번 시즌에는 강승호가 합류해 새로운 아드리앙으로 활약하고 있다. ‘쇼맨’과 함께 올해도 같은 역할로 함께하고 있는 강기둥과 다른 캐스트와 달리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강승호에게 윤나무는 강한 유대감을 보였다.
“기둥이는 동생보다는 친구에 가까워요. 몇 년 동안 같은 역할을 계속해 온다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허물이 없어서 자유롭게 이 공연이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같이 고민할 수 있고 든든해요. 승호는 공연을 해왔던 형 둘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혼자 드럼 세트에 앉아서 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요. 훌륭하게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재미있게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서 멋있고 대견해요.”
초연 당시를 회상한 윤나무는 “연주를 어떤 곡을 해야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틱을 잡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온 더 비트’는 이미 원형이 존재하는 라이센스 극임에도 한국 공연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갔다. 작품의 삽입곡인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 (I Feel Good)’과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은 오리지널 버전과는 다른 곡이었고, 드럼 솔로도 브루노 마스의 슈퍼볼 공연에서 새로 레퍼런스를 갖고 왔다.
아드리앙에게 ‘티키툼’이 생기고 드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연주하는 ‘빌드업’도 한국 공연에만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 윤나무는 “드럼이라는 악기를 처음 만져보기 시작하고, 교본을 보며 그 안으로 더 들어갔을 때의 환희가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온 더 비트’의 여운을 극대화하는 커튼콜도 한국 공연에서 완성이 되었다. 민새롬 연출과 신동훈 음악감독의 고민 끝에 탄생한 커튼콜은 Imagine Dragons의 ‘Rise Up’을 배경으로 마음껏 드럼을 연주하고 자유롭게 객석을 뛰어다니는 아드리앙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남긴다.
커튼콜에 대해 윤나무는 “리미트(limit) 없이 그 아이의 세계관이 무한대로 열려버리는 순간인 것 같다”고 표현하며, “아드리앙이 가진 드럼에 대한 열정, 비트에 대한 강박과 같은 것들이 어딘가에 규정되지 않고 그저 그 세계가 확 열려버리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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