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2017년 ‘서편제’로 데뷔해 어느덧 8년 차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은 그를 매회 긴장케 만드는 이번 작품에 대해 조환지는 “무서운 공연”이라면서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거대한 돌”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간 합류라는 낯선 경험은 그의 부담감을 커지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개막은 12월 10일이었지만, 저는 1월 1일부터 합류를 했어요. 저랑 달리 형들은 여유가 있더라고요. (웃음)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행복하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 중에서 대사가 제일 많고, 에너지를 써야 해서 제일 힘든 공연이에요. 항상 두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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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이플로엔터테인먼트 |
1월 1일을 연습실에서 맞이한 조환지는 개막일 낮에 진행했던 드레스 리허설 영상을 50번 이상 보면서 연습하고, 스케줄을 이동하면서도 귀로 들으며 반복해서 익혔다. 그는 “그 영상만 보고 있으니까, 뫼르소의 대사처럼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저는 멈춰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1월 1일이 되어서야 저의 시간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공연이 시작하고 3주 후에 합류하는 건 제게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개막하고 나니까 의지할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미 다른 배우들은 속도를 내고 있고, 극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면 제가 연습 때 못 봤던 디테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저렇게 잘 맞는데 내가 뛰어들었을 때 잘 섞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너무 많았고, 공교롭게도 첫 공연이 1월 1일이다 보니까 새해를 시작하는 날에 제 공연을 보러 오신 분 앞에서 못하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감이 컸죠. 그래서 1월 1일 공연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현재진행형으로 그에게 주어지고 있는 무거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조환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관객분들 덕분입니다”라고 답하며 배우로서의 자부심과 관객들에 대한 사랑을 함께 전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텍스트만으로 인물을 만들어내고, 연기를 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특히 ‘시지프스’ 같은 공연은 뫼르소가 마지막에 깨달았듯이 극장을 나서면서 ‘나도 내 인생을 소중히 잘 살았나’ 하면서 인생을 복기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희 공연을 보고 관객분들이 함께 웃고 울어주시고, 장문의 후기들을 많이 써주세요. 너무 행복해하시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시는 그 모습들 덕분에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아래에 있던 3주라는 시간 동안 그는 연습과 캐릭터 구축에 매진했다. 소설 ‘이방인’을 제대로 읽고 연구한 것도 같은 기간에 이뤄졌다. 조환지는 “그때 저만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영화, 연극, 책까지 모두 찾아봤다”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접한 ‘이방인’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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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
“이방인이 참 해석하기 나름이고, 연기하기 나름이에요. 배우마다 느낌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정말 재밌고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시지프스’에서 표현되는 ‘이방인’은 시지프 신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착안해 붙여놓은 것이라서, 소설 ‘이방인’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분이 와서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소설은 마지막까지 담담한 분위기로 흘러가거든요.
근데 그걸 무대에서 표현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뫼르소의 속마음을 연출로 확장해 놓은 것 같아요. 저도 대본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소설을 살짝 접했었는데, 당시에는 많이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놨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저만의 뫼르소를 그려놓은 후에 소설을 보고, 교집합 되는 것들만 많이 가져왔어요.”
‘이방인’의 주 소재로 등장하는 태양은 ‘시지프스’에서도 강렬하게 표현된다. LED 100장을 조합해 만든 거대한 패널을 통해 뫼르소가 태양으로부터 느끼는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장면은 극 중 인상적인 무대 연출로 꼽히기도 한다.
“‘태양 때문이었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무대 전체가 태양이 되면서 관객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저는 2층 무대에 서 있는데, 관객분들이 압도 당하는 모습이 보여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동공들이 확장되는 게 다 보이거든요. 그리고 제 뒤에서 때리는 빨간 빛의 에너지가 조명과 영상만으로 누가 뒤에서 미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관객분들은 이 에너지를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싶어요. 이런 압박감은 소극장에서 해낼 수 있는 최고의 연출이죠.”
이렇듯 고전을 무대로 옮겨와 현세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한다는 것에 대해 조환지는 “고전이 어떤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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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이플로엔터태 |
“저는 늘 자신을 주인공에 빗대어서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게 이뤄지려면 작품이 말하고 있는 바가 우리 인생과 맞닿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시지프스’와 ‘이방인’이 그런 것 같아요.
‘시지프스’와 ‘이방인’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돌을 굴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처럼 보여도 사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과정 자체가 개인적인 돌을 굴리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방인’ 속 뫼르소가 깨닫는 걸 보고 나도 내 인생에서 저렇게 굴리는 돌이 있을까, 내 돌은 뭘까, 내가 이 돌을 잘 굴리고 있나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고전을 가져와서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창작진께 너무 감사해요.”
‘시지프스’의 작, 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은 다수의 작품을 조환지와 함께했다. 여러 번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생각하는 ‘에너지’를 꼽았다.
“추정화 연출님의 작품 중 대부분이 인간이 살면서 평생 느껴보지도 못하는 엄청난 순간들을 장면으로 많이 쓰세요. 그런 장면들을 연기할 때마다 제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인 에너지가 부합해서 연출님이 좋게 봐주시고, 재미있게 같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또 “추정화 연출님과 함께하는 매 작품이 시험”이라 언급한 그는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떨리는 관객이 2명 있는데, 어머니와 추정화 연출님”이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어머니께는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고, 연출님은 또 어떤 피드백이 돌아올까 싶은 마음에서죠. (웃음) 모니터를 통해 관객석이 보이는데, 탈색한 단발머리가 보이면 그때부터 떨리기 시작해요. 그만큼 연출님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고 좋아해 주셨어요. ‘시지프스’ 연습실에서도 저한테 혹독한 피드백을 주셨는데 그게 참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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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
이번 ‘시지프스’에 대해 “지금까지 했던 추정화 연출님 작품 중에서 제일 힘들다”고 털어놓은 조환지는 그동안 많이 합을 맞춰본 창작진들과 함께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저도 조환지라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에 한계가 있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선과 연기의 결이 있어요. 근데 같이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걸 이미 다 보셨고, 그래서 늘 저한테 새로운 걸 요구하세요. 혼자 연습했던 3주 동안 이 점에 대해 고민과 고통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게 주어지는 시험이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죠. 그때 견뎌왔던 인내의 시간이 지금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추정화 연출과 함께하는 콤비, 허수현 작곡의 음악도 눈길을 끈다. 작품을 DIMF에 출품할 당시 제출하는 음원의 녹음을 맡은 조환지는 “그때부터 잘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센스있고 다양한 음악들이 많이 나았고,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작품에 등장하는 가사 없는 백그라운드 음악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수많은 대사들 뒤에 깔리는 음악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귀가 민감해서 데뷔하기 전에도 음악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연기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시지프스’의 백그라운드 음악이 제가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을 많이 줬어요. 감정선의 흐름이 음악에 나와 있더라고요. 관객분들이 대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일 수 있게 음악을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조환지는 ‘시지프스’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시지프스’는 누가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배우라는 12가지의 다양한 소스가 준비되어 있죠. 어느 소스를 찍어 먹어도 맛있을 거라고 장담하고요. 2025년 첫 시작을 함께한다면 소중한 돌을 굴리기 시작하는 첫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보니까 관객분들을 돌을 굴리는 사람들이라 해서 ‘굴러(er)’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많이 오셔서 ‘굴러’들이 되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시지프스’는 이형훈, 송유택, 조환지, 정다희, 박선영, 윤지우, 정민, 이강성, 김대곤, 이후림, 김태오, 이선우가 출연하며 오는 3월 2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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