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2025년에도 K콘텐츠는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한국 메디컬 장르에 새로운 지평을 연 ‘중증외상센터’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고, 50년의 고된 여정을 담아낸 ‘폭싹 속았수다’는 전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학원물의 대표작이 된 ‘약한영웅’이 두번째 시리즈가 글로벌 OTT로 옮겨가며 글로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고, 이를 잇는 고교 액션물 ‘스터디 그룹’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본적 없는 파격적인 세계관을 담은 ‘가족계획’은 해외 시리즈 어워드에서 수상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OTT 뿐만 아니라 침체된 영화 시장에서 파격 변신, 발군의 연기력으로 대중에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배우들까지 상반기 시리즈, 영화 콘텐츠에서 활약한 배우들을 주목해본다. [편집자주]
배우 이혜영은 ‘파과’로 “’테이큰’에 리암니슨이 있다면, 한국에는 ‘파과’ 이혜영이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무려 45년동안 연극계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틀을 구축해온 이혜영은 첫 액션에 도전, 성공을 넘어서 전 세계 영화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크릿 가든’ 속 우아하고 고상한 사모님의 대반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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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상반기 결산] ‘파과’ 이혜영 45년 경력 틀을 깬 도전 “쓸모 있되 통제당하지 않겠다” [사진=NEW] |
이혜영이 출연한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민규동 감독의 각색과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자랑하는 ‘파과’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북미 개봉 직후 현지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5%를 기록했다. 베를린·브뤼셀·모스크바 영화제에 이어 런던 SXSW(South by Southwest London)와 뇌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주요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이 지속되고 있다.
45년차 베테랑 배우 이혜영은 ‘파과’로 처음 액션에도 도전했다. 조각은 ‘레전드’로 불리는 60내 킬러로 ‘대모’로 불린다. 모든 액션에 감정은 절제되고, 킬러로 살아온 노련함이 묻어나야 했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이 할머니가 매력적이지 않은데 왜 나를 생각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의 이름이 멋있었고, 힘에 관심이 가고 부러웠다. 능력있는 할머니다. 흔한 영화에서 보는 거친 말투도 아니다. 액션 영화에서 어떻게 그런 대사와 말투가 나오는지 대사 하나하나하나를 생각했다. 고민 끝에 도전을 택했다.”
조각의 액션은 노련하지만 감정이 억제 돼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혜영은 “첫 액션씬 촬영장 부상을 입었다. 이태원 클럽씬부터 저를 구덩이에 묻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갈비뼈를 부딪혔다. 부상에도 촬영은 끝내야 해서 한 대가 더 나가고, 쉬지 못하고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촬영해야 해서 촬영을 이어갔다. 그래서 총 3개의 갈비뼈가 나가고 촬영 끝날 때까지 회복이 안됐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제일 힘든 것은 맞는 장면이었다며 “난 안 맞겠다고 하기도 해봤다. 폐건물에서 촬영할 때는 위에서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벽에 붙어서 타원형 건물을 오리걸음으로 걸어다녀야 했다. 아무도 내가 해낼 줄 몰랐는지, 썰매도 준비돼 있었다. 근데 그걸 내가 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허설도 하고 촬영하면서 앵글 다 맞춰서 촬영했다. 그 후에 무릎이 나갔는데, 그 장면을 감독님이 안썼다”고 웃지 못할 비화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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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상반기 결산] ‘파과’ 이혜영 45년 경력 틀을 깬 도전 “쓸모 있되 통제당하지 않겠다” [사진=NEW] |
기존에 없던 노년 여성 킬러라는 점과 본 적 없는 우아한 말투의 킬러. 이혜영은 45년간의 연기 경력으로 자신만의 ‘조각’을 완성했다. 하지만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까지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가 안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 나는 어쩌지라는 생각에 영화 일지도 매일 썼다. 매일 불만이었다. 매일 다치고, 내 마음대로 연기도 못하게 꽁꽁 묶인 기분이었다. 맨날 그런 것만 썼는데,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제발 감독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일종의 ‘엄살’과 ‘불신’이 공존했다. 실제 베를린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는 미안했고,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생각 들었다.”
이혜영에게 ‘파과’는 액션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데뷔 때부터 남다른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온 이혜영은 ‘거장’ 임권택 감독에게도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은 적이 없다고. 디테일한 디렉션보다는 ‘혜영이라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혜영에게 60대 여성 킬러라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제안한 민규동 감독은 달랐다. 이혜영은 민 감독의 디테일함에 ‘통제 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저렇게 절제를 시키는데 어느 배우가 살아남을까 생각했다. 나는 거기서 함몰당하는 배우가 되지 않겠다 생각했다. 배우를 통제하는데서 오는 자유로움이 배우로 하여금 약간 펼쳐질 수 있다고 저는 느꼈다. 드라마 감독님들도 제 의션을 존중해주셨다. 언제나 내가 상상한대로였다. 상상하고 가도 현장은 달라뎌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상상하지 않은 지점에서 오는 것들을 즐겼다. 오죽하면 내가 촬영장 벽까지 뜯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촬영장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기했던 이혜영과 ‘섬세함의 끝판왕’ 민규동 감독이 함께 작업하는 초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혜영은 스스로 조금씩 바꿔나갔고, 두 사람은 마침내 ‘파과’라는 걸작을 완성해냈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그 촬영장에서 감독님도 상대방 배우도, 스태프도 피곤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남 신경 안쓰고 하는게, 남들한테 안 좋게 보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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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상반기 결산] ‘파과’ 이혜영 45년 경력 틀을 깬 도전 “쓸모 있되 통제당하지 않겠다” [사진=NEW] |
‘파과’는 나이가 든 모습을 흠집 난 과일에 빗대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혜영은 ‘쓸모없다’라는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조각은 하나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그렇게 살고 버텨내고 살아간다. ‘조각’을 무사히 끝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는데, 어느 날 촬영이 끝났다. 어디로 가야하나 깜깜했다. 나한테 보상하고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막 들더라.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면 쓸모 있는 배우가 된다. 감독님 촬영현장 프로세스가 제 스타일과는 달랐다. 감독님은 촬영이 끝난 후 내일 촬영본에 대한 수정안을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 보내신다. 근데 저는 대충 혼자 다른 시나리오를 갖고 갔다. 촬영장에 가면 수정본에 맞게 미리 다 조명이랑 앵글 다 맞춰져 있는데, 나만 준비가 안된 것이다. 100명이 넘는 스태프가 다 읽고 수정했고, 서로 약속됐는데 혼자만 준비가 안된 것이다. 그래서 크게 깨달았다. 감독님도 저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쓸모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서로 맞춰 나갔다. 나도 한수 배웠다. 배우로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방향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이혜영은 45년간 연기 활동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을 ‘무지함’으로 꼽는다. 하지만 ‘파과’ 민규동 감독과의 작업은 이혜영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고, 스스로가 알을 깨는 계기가 됐다. “저는 저만의 세계에 갇혀서 혼자 상상해왔다. 남들 다 알고 있는데, 혼자 몰라서 상상하고 기대하고 나중에 알고 실망했다. 근데 나중에 보면 나만 몰랐더라. 나의 그런 면이 있어서 배우를 해온게 아닐까 생각한다. 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한번도 통제 안 당했었다. 민 감독님과의 작업은 모든 게 완벽하게 저를 가두는 안에서의 창의력이 필요했다. 감독님은 이미 머리속에 다 있었던 것이다. 저를 놔줘야 할 때, 잡아야 할 때를 잘 조련을 잘 한 것 같다(웃음). ‘쓸모’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왜 나를 쓸까?’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저를 찾겠죠? 저는 여전히 쓸모 있는 배우로 살아남되, 여전히 통제당하지 않겠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그렇게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근데 내가 어떤 감독을 만나서, 어떤 그릇에 들어가면 어떻게 나오는지는 궁금해졌다. 앞으로도 통제 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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