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게임3' 이정재 "황동혁 감독 용기 대단…아이 탄생 시나리오 끔찍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5-07-04 0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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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아무도 관심 없었던 ‘오징어 게임’이 영상화 돼 세상에 처음 공개된 후 배우 이정재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이정재는 필모 사상 가장 지질한 캐릭터인 성기훈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오징어 게임’이 세운 기록은 4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5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징어 게임3’는 또 한번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메가히트작’이라는 수식어를 또 한번 증명해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공개 3일만에 조회수 6010만회, 시청시간 3억6840만 시간을 기록하며 TV쇼 영어·비영어 통합 1위에 올랐다. 특히 넷플릭스 TOP 10을 집계하는 93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수성, 공개 첫 주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첫 작품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성기훈 역 이정재 [사진=넷플릭스]

 

5년간 황동혁 감독과 함께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이끌어 온 배우 이정재와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가 만났다. 이정재는 “많은 관심 속에서 마지막 시즌이라고 해서 봐주셔서 감사하다. 넷플릭스에서도 최고의 기록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지만 아직까지 깨지 못한 성적이다. 한국 콘텐츠가 그런 기록을 세운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 그로 인해 다른 K콘텐츠들도 찾아봐주시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게 제일 기분이 좋다. 저희는 앞으로 계속 해야하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재가 분한 성기훈은 시즌2에서 혁명을 일으켰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친구도 잃고 절망 속에 빠져있던 성기훈은 혁명 실패의 이유를 대호(강하늘)에게 돌리고,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후 게임장에서 탄생한 준희(조유리)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목표 하나로 마지막까지 게임에 임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성기훈은 게임장에서 살아나가지 못했다. 아이가 최종 우승자가 된 결말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의견이 분분했다. 이정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던 반응이다.

“마지막 성기훈의 선택과 행동은 저도 놀랐다. 저도 결말이 궁금해서 시즌2 13개 에피소드를 처음 받았을 때 끝에서부터 볼까 하는 충동도 있었다. 아껴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쭉 읽었는데 저도 예상하지 못했었던 결말이었다. 첫 번째로는 1편 시청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인가 생각이 먼저 들었고, 다 읽은 후에는 시즌2, 3의 성기훈의 이야기와 행동과 감정을 생각했을 때, 황동혁 감독이 대단하구나 느꼈다. 시나리오를 잘 쓰기도 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성공한 프로젝트니까 오래 글로벌 하게 유지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근데 여기서 끝을 낸 것이다. 저는 시즌2 에피소드 13개를 받았다. 그때는 나눠서 공개하는 계획은 없었다. 그런 프로젝트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컷! 한 것이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님은 진짜 작가구나. 그냥 비즈니스가 아니라 작품으로 생각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완결에 대한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은 거구나. 이걸 시청자들과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느껴졌다. 이 사람은 용기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성기훈 역 이정재 스틸[사진=넷플릭스]

 

또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든 사람이다. 대중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어떻게 호응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근데 이런 엔딩을 냈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건 자신의 선택이다. 내 작품을 이렇게 보여주고 싶고 이런 완결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고 그의 용기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기훈을 연기한 입장에서는 결말과는 별개로, 성기훈으로서 할 수 있는 시도를 끝까지 다 해봤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 게임장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정말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했는데 그런데도 실패를 했다. 그 다음으로 심리적으로 볼 때, 자신의 실수를 남탓으로 돌리는 인간의 습성을 기훈이 행했다는 점이 되게 가슴 아픈 상황이었다. 새벽(정호연)이가 시즌1에서 자고 있는 상우(박해수)를 나이프로 죽이려고 할 때,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고 한다. 그래서 죽이지 못했다. 근데 시즌3에서 그런 행동을 해버리게 끔,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서 그릇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런 기훈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니까 불쌍하더라. 시즌3에서도 프론트맨이 칼을 쥐어줘 또 유혹에 빠진다. 그때도 새벽의 환영이 보인다. 그게 이미지로는 새벽이가 나왔지만 대호를 죽임으로서 한번 실패했던 자신의 양심이 회복되어서 실수하는 것을 막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구하는 선택까지 여정이 시즌1에서부터 이어지는 것이다. 기훈 입장에서는 굉장한 서사다. 감정의 서사가 두텁고 조금 더 세밀하게 보고 이해한다면 그 서사가 보인다. 그게 기훈 안에도 있던 모습이고, 인간의 내면이라 되게 슬펐다.”

기훈이 준희의 아이를 맡기 전까지, 그는 혁명의 실패를 대호 탓으로 돌린다. 덕분에 시즌3 1,2화에서는 말 수도 적고, 특별한 대사 없이 대호만 시종일관 째려본다. 시즌3의 기훈을 위해 1년간 찐 야채만 먹었다는 이정재는 “찐 야채만 먹어서 나올 수 있었던 눈빛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성기훈이 대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장면들만 모아 ‘얼음~’에 이어 또 하나의 ‘밈’이 탄생됐다. 이정재는 미국 시사 당시 이와 관련 에피소드를 전했다. “미국 극장에서 시사할 때 황동혁 감독님이 봤다. 대호를 째려보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었다고 하더라. 미국 극장에서는 재밌으면 팝콘도 던지고, 즐기면서 보는 문화라고 하더라. 그런 측면에서 기훈이 대호를 노려보는 부분을 그냥 재미있어 했다고 해외 사람들한테 들었다고 하더라. 저도 그게 신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성기훈 역 이정재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러면서 이정재는 “저는 ‘신세계’ 때부터 출연작이 ‘밈’화 되는 것을 겪었다. ‘신세계’, ‘암살’, ‘관상’ 등 있다. 처음에는 내가 놀림을 받나 멘붕이 왔다. 내가 연기를 너무 잘못했나 생각했다. 그래서 망했구나. 조롱거리가 됐구나 생각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단순히 재밌게 봤다는 표현 중에 하나라고 받아들여졌다. 그 이후부터는 은근히 바라게 됐다. 근데 단 한번도 밈이 될 것 같은 장면을 추측해본 적은 없다. 왜 하필 저거지? 라는 것도 많다. 누군가가 한명이 올려서 유행이 된 것인가 라고 추측만 해본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2년여 시간을 ‘오징어 게임’ 촬영장에서 보냈다. 456명의 참가자 중 하나였던 그는 최종 우승자가 되면서 다른 참가자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 이정재에게 이 모든 과정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시즌1 촬영 때 숙소에 들어갔는데 456명의 침대로 꽉 찼다. 그때 자고 일어나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빽빽하고 많이 찼다는 느낌이었다. 한달 사이 침대와 인물들이 없어지는 경험이 되게 묘했다. 맨 마지막에 새벽과 상우, 기훈 셋만 남았을 때는 침대가 3개밖에 없다. 그 넓은 바닥이 피로 얼룩져 있어서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이미지였다. 시즌2도 처음에는 숙소가 꽉 차 있었다. 아 여기가 또 다 비겠구나, 이 바닥이 또 피로 물들겠다는 게 딱 느껴졌다. 공간에서 주는 안좋은 기억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재는 그 공간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가 등장하는 것이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볼 때 거기서 아이를 낳을 줄 몰랐다. 그건 지옥에서 애를 낳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찍으면서 안 좋은 이미지로 남은 그런 장소에서 애를 낳는다고 하는 시나리오를 읽는데 끔찍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성기훈 역 이정재 [사진=넷플릭스]

 

마지막 게임인 고공 오징어 게임에서는 기훈과 아이, 명기(임시완)가 우승자의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펼친다. 특히 명기는 기훈, 아이와 함께 살아나갈 생각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려 했으나, 도시락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계획이 틀어졌다. 앞서 명기를 연기한 임시완은 본 기자와 인터뷰 당시 기훈에게 아이를 빼앗아 품에 안은 후 떨어뜨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명기가 아이를 떨어뜨릴까 반신반의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만을 남겨두고, ‘사람은…’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한다. 이때 기훈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되면서 여운을 남긴다. 이정재는 엔딩을 위해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계별로 다이어트를 해왔다. 황동혁 감독은 1년동안 찐 야채만 먹은 이정재에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이정재는 “최대한 기훈의 힘들었던 모습이 별 연기하지 않아도 그 얼굴에서 보여지길 원했다”고 했다. “14개월동안 찐 야채만 먹었다. 고공 오징어 게임 촬영 두달 전부터는 식사량을 줄여갔고, 그 장면 촬영 일주일 전부터는 찐 야채만 하루에 세번 나눠서 먹으면서 더 뺐다. 촬영 이들 전부터는 거의 안 먹고 물만 마셨다. 그 장면은 몇 컷 안되는데 하루 종일 찍었다. 버전도 많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있고, 또르륵도 있고, 눈물을 참기도 하고 다양하게 찍었다. 현장에서 이거다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워낙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다. 저도 계속해서 ‘다시 해보자’고 하면서 감정을 다르게 해보고 인상을 더 써 본다던지, 아주 사소한 것을 계속 변형시켜가면서 하루 종일 뭔가를 찾아보자 였다. 그 수많은 버전 중에 감독님이 고르신 것이다.”

이정재는 지난 2019년 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찍으며 왼쪽 어깨 인대가 파열됐지만 수술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는 병원에서 한 달 내 수술을 권유했는데도 3일 만에 촬영에 복귀했다. 그 이후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 감독 데뷔작 ‘헌트’, 최초의 동양인 제다이가 탄생한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쉴 틈 없이 일하며 지금까지도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서 많은 경험을 했다. 해외 각국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띄우기 위해서 ‘오징어 게임’ 관련 큰 행사, 프로모션을 열고 돈을 썼다. 코스튬을 한 팬들을 보면서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와 이벤트를 한다고 할 때 병헌 형이랑 ‘우리가 올림픽 선수도 아니고 이래도 되는거냐’고 오히려 걱정을 더 했다. 시민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날도 습한데 준비하는 분들이 고생한 게 눈에 보이고, 걱정을 더 했던 행사다. ’오징어 게임’ 이후 약간의 책임감도 생겼다. 배우, 선배로서 제가 의도해서 영역이 넓어진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와 행운으로 인해서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제가 경험한 것들을 제 동료 배우 분들과 꼭 나누고 싶다. 다음 성공은 그들이 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지속되서 지금 한국 영화시장이 위축됐으니 회복됐으면 한다. 약간의 책임감도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하다 보니 다시 한번 발전시켜서 시도도 해볼까 하는 또 다른 욕구도 있다. 시나리오도 이미 하나 탈고를 마쳤다. 국내에서만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제는 해외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해보려고 한다. 기회가 된 것 같다. 지금은 그들이 원한다. 이 기회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몇 개 준비중인데 쉽지 않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얻은 것이 훨씬 많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잃은 것은 없다. 저는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얻었고,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황동혁 감독, 김지연 대표, 함께한 스태프들과의 인간관계도 얻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인해서 많은 나라에서 팬들도 생겼다.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크게 얻은 것들이다. 결국엔 사람을 얻은 게 중요한 것 같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오래 살다보니, 작품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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