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하얼빈'은 정적으로, 숭고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 영화를 클래식하게 찍고 싶어서 클로즈업도 많이 없다. 동지들의 이야기를 보여 주고 싶었다."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은 개봉 첫 날 38만 1536명을 기록하며 겨울 극장가를 살릴 구원작 탄생을 알렸다. 이는 팬데믹 이후 12월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이자 천만 영화 '아바타: 물의 길'(35만9787명)을 제친 것으로 겨울 텐트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한국 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봄'(오프닝: 21만 9445명), '파묘'(오프닝: 33만 6129명) 등 최근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이상 흥행작들의 오프닝 스코어도 제쳤다. 개봉 2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얼빈'은 125만 4030명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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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CJ ENM |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에 앞서 스포츠W와 만난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 제작 과정부터 연출 목표까지 전하며 독립군들에 감사함을 전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안중근. 우민호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안중근의 자서전을 읽고, 당시 30세의 나이였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하얼빈까지 가서 거사를 행할 수 있었을지 궁금증과 함께 그 과정에서의 '인간 안중근'의 역경과 함게 고뇌와 두려움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이전에 없던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 안중근'과 대한의군 참모 중장 '군인 안중근'을 담아내며 '하얼빈'을 완성했다.
"하얼빈 의거 전까지는 안중근 장군은 실패한 패장이었더라.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하얼빈까지 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이전의 안중근 소재의 작품들과 다르게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신파 요소들을 가급적으로 배제했다. '하얼빈'은 정적으로, 숭고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 영화를 클래식하게 찍고 싶어서 클로즈업도 많이 없다. 동지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안중근과 독립군들의 마음을 묵직하게 담고 싶었고, 그 마음을 들리지 않는 통곡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 자극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운이 길게 갔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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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얼빈' 스틸/CJ ENM |
'하얼빈'은 한국과 몽골, 라트비아의 오지의 풍광을 담아내며, 독립군의 고되지만 숭고한 여정을 이미지화 하며 미쟝센을 완성했다. 극단적인 명암의 대비로 독립군의 고뇌를 이미지화 하고, 몽골 사막의 황혼까지도 담아내며 지난한 여정을 그렸다면, 신아산 전투 씬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고자 했다. '50년만의 폭설'은 '하얼빈'에 내린 신의 한수다. "광주에서 신아산 전투 씬을 20일간 촬영할 때 50년만에 폭설이 내렸다. 원래는 눈 배경 전투씬이 아니었다. 그때 산을 보는데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졌다. 나라를 빼앗겼다는 것은 땅도, 이 아름다운 자연이 유린당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전쟁은 비극이다. 거대한 폭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탈하는 것이다. 자연도 거기에 포함된다. 한번 눈이 내리면 제설 작업도 오래 걸린다. 그 장소가 사유지 목장이었는데, 주인이 소나무를 따로 한그루 심어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막걸리로 고사를 지냈다. 그때 저랑 홍경표 촬영 감독님이랑 '눈을 더 내려달라'라고 고사를 지냈다. 촬영 감독님은 눈 걱정 안하게 해달라고 하셨더라도라. 그후에 6-70cm가 더 오더라(웃음). 제설만 이틀이 걸렸다. 버티고 인내하면서 10회차를 촬영했다. 찍다보니 눈이 녹아서 연결이 튀기도 했다. 하루종일 대기해서 한 컷 찍고 갈 때도 있었다."
'하얼빈'은 신아산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만국 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를 풀어준 후 역으로 기습당해 동지들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안중근 장군이 시린 바람 속, 홀로 꽁꽁 언 호수 위를 힘겹게 건너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혼자 얼음판을 걷는 장면으로 안중근 장군의 번뇌를 담고 싶었다. 자신이 걷는 길이 진짜 맞는지, 번민에 휩싸이기도 했을 것 같다. "
또한 얼음 호수 위를 홀로 걷는 안중근 장군의 모습은 영화의 엔딩 내레이션과 함께 다시 한번 등장하며 수미상관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이때 나오는 내레이션은 지난 12월 3일 늦은 밤 계엄 사태 이후 혼란한 상황 속, 매일 밤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울컥하게 만든다. 우민호 감독은 "3년전에 쓴 글이다. 저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알고 쓴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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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얼빈' 스틸/CJ ENM |
"저는 계엄령이 선포된 날 밤 전주에서 촬영 중이었다. 가짜뉴스인 줄 알고 믿기지도 않았는데 참담하더라. 이 작품이 처음 다가올 때 그분의 말씀이 저한테 하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관객들에게도 그게 전달됐으면 했다. 안중근 장군은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다고 해도 독립이 바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가야한다는 말씀이 저한테 하는 말 같았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라는 앞부분은 제가 썼다. '끝까지 가야 한다'는 뒷 부분은 안중근 장군님 말씀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참담했지만, 희망을 보았다. 이 또한 영화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더라. 영화는 스스로의 생명성이 있다고 본다.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는 꾸준하게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기억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담은 독립군의 여정만큼이나,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역 거사 장면 역시 본적 없는 부감샷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안중근과 총을 맞은 상대의 클로즈업 장면이 없다. "안중근 장군이 이토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수 많은 동지들의 희생이 있었다. 동지들을 잃으면서 항상 '먼저 간 동지들의 몫까지'라며 마음을 다 잡는다. 먼저 간 동지들의 시점으로 그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빈씨한테도 '까레아 우라'를 하늘에 있는 동지들이 들을 수 있게 외치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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