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상금을 건 단순한 데스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각 캐릭터의 성격은 물론, 게임의 특성과 세트장 곳곳까지 사회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시리즈인 3의 마지막 게임장도 공사 현장을 연상케 하는 낡은 건물과 ‘안전+제일’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비추는 작품이기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5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황동혁 감독을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가 만났다. 황 감독은 시즌2 공개 당시 만났던 모습보다는 확실히 한결 편안한 얼굴이었다. 감독은 “시원섭섭하다. 너무 부담스러운 큰 작품이었어서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았다.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언제 이런 큰 사랑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까지 양가적인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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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로, 공개 직후 2일 연속 전 세계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여정인 만큼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지며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시즌3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3%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 감독은 모든 평과 관심에 감사함을 느낀다.
”시즌1을 만들었을 때는 별 기대도 없었던 작품이다. 처음 나와서 난리가 났는데 게임에 열광하기도 하고, 사회적인 비판 메시지를 좋아하는 분도, 캐릭터를 너무 사랑하는 분도 계셨다. 2, 3를 만들고 공개하면서 깨달은 점은 누구든 자기 만의 방식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그 기대 때문에 메시지에 대한 부분을 비판하기도 하고, 게임에 대한 흥미,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너무 빨리 죽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긴 팬덤을 가진 시리즈들이 그 팬덤을 유지하는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 많은 논쟁과 논란도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다. 어느 정도 있을 수 밖에 없는 호불호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너무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다. 그런 작품이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지금도 놀랍다. 모든 불호, 불만, 실망까지도 감사하다. 그것도 많은 관심들의 표현이다.”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결국은 희생을 택한 성기훈의 엔딩 역시 호불호가 갈린 지점이다. 필자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사회를 비추고, 성기훈이라는 인물의 성정을 생각했을 때 도출할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성기훈에 대한 다른 결말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2,3를 하게 되면 기훈이 게임에 다시 뛰어들고, 어떻게든지 이기고 못보러 간 딸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집필을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어떤 이야기로 끝낼까를 생각하면서 세상을 둘러보니까 그렇게 희망적인 세상이 아니더라. 한국은 불황의 그림자가 덮쳤고,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기후도 한해가 다르게 변하고 정치적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암울한 미래 밖에 보이지 않고 희망을 잃어가고, 잘살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포기했다. 기훈이 이 모든 것을 겪고 종착점에 선 기성 세대의 한 인물로서, 다음 세상에 물려주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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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
기훈이 각성하기까지 그는 반란 실패 원인을 대호(강하늘)의 탓으로 돌린다. 이정재는 초췌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대호만 짜려보고 노려본다. “망상과 집착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호를 노려볼 때는 넋이 나간 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 2회차는 그렇게 진행됐다. 기훈은 영웅이 절대 될 수 없는 보통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전가하고 산다. 누군가에에 덮어 씌우려고 하고 마음 속으로 편해지려고 한다. 금자(강애심)의 부탁으로 일어서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얼굴의 느낌만으로 많은많은 것들을 표현해야해서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서 다양한 것을 하기엔 캐릭터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정재씨가 그 캐릭터를 하기 위해서 1년동안 찐 야채만 먹었다. 점점 더 망가져가는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서 살도 엄청 많이 빼셨다.”
기훈의 희생이라는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임산부’인 222번 준희(조유리)가 시즌2부터 등장했고, 결국 게임장 안에서 출산 과정이 이뤄지며 새 생명을 맞았다. 기훈을 비롯한 기성 세대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거듭했다. 황 감독은 “모든 것을 실패하고, 대호까지 죽이고 피를 묻힌 기훈에게 마지막 할 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훈이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다. 아이는 상징적인 의미의 존재다.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더라.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출산이 필요했다.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다.”
또 황 감독은 “제가 영화 ‘Children of Men’(칠드런 오브 맨)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불임의 시대에 아무도 출산을 못하는데, 아이가 한 명 태어나서 그 아이를 지키는 영화다.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게 있다. 저도 그런 장치를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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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기훈(이정재), 금자(강애심) 스틸 [사진=넷플릭스] |
장금자(강애심)가 준희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인 용식(양동근)의 어깨를 찌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황 감독은 “강애심 배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 용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엄마는 하고싶지 않았다. 용식이를 죽였다기 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받아낸 아이다. 자신의 아들이 사람을 죽여서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아들의 탈락으로 이어져서 결국 아들이 총을 맞고 죽는다. 그 상실감과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의외의 선택을 해서 환기를 시켜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2부터 3까지 가장 큰 줄기는 프론트맨과 성기훈의 대결이다. 성기훈이 반란을 일으키며 게임장 탈출을 꿈꿨지만 결국 프론트맨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프론트맨은 기훈도 결국은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짐작하며 그를 시험한다. 최종 관문 오징어 게임을 앞두고 프론트맨은 기훈을 불러 배불리 먹고 자는 다른 참가자들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해당 장면에서 시즌1처럼 새벽(정호연)이 등장, ‘아저씨 그러지마.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며 그를 타이른다. 또한 결국 죽음을 택한 기훈은 스스로 떨어지면서 ‘우리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이라고 말을 맺지 못한다. 황 감독은 “그 뒤에 들어갈 말을 고민했는데 답이 잘 안나왔다”고 했다. “한 두 마디로 정의 되긴 힘든 것 같았다. 어떨 때는 누군가는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어떤 존재라기 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성장과 발전 경쟁을 추구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큰 재앙이 닥쳐올 것 같았다. 결국 어느 정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욕망의 수레바퀴를 잠시 멈추고 더 나빠지지 않는 세상을 얻기 위해 희생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훈의 행동으로 그 뒷말이 채워지길 바랐다.”
기훈이 죽은 후 프론트맨은 희생한 그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그가 살린 아이를 품에 안는다. 이후 미국에 있는 기훈의 딸에게 기훈의 상금과 그가 아이를 감쌌던 참가복을 전달하며 부고를 전한다. 황 감독은 “성기훈의 죽음은 프론트맨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마지막 테스트 때 칼을 줬지만 결국 기훈은 희생을 택했다. 프론트맨이 그런 기훈이 떨어진 모습을 확인하고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기훈의 아이를 찾아간다. 마치 상조회사 직원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아이를 감쌌던 기훈의 옷을 전달해준다. 네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모습이 존중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 묻은 옷을 전달함으로서, 아직까지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고 비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리스펙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훈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도 고민했는데 너무 개과천선처럼 보일까봐 그건 하지 않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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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명기(임시완) 스틸 [사진=넷플릭스] |
기훈과 대조되는 사람은 프론트맨보다 명기(임시완)다. 그는 사람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적인 악인으로, 결국은 자신의 아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황 감독은 “가장 현실적인 악인이다. 선의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이기심에 의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가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욕말을 부추기는 사회에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조금씩 망가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남규(노재원)의 꼬임에 넘어가서 결국 현주(박성훈)를 죽인다. 준희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파멸해가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게임이 벌어진 오징어 게임 현장은 사방을 천으로 가린 공사판 같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안전+제일’ 문구가 등장하며 장소에 대한 의미가 한층 더해졌다. “앞선 게임하는 장소 벽에 라틴어 ‘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가 적혀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문구로, 로마 시대에 묘지 문구다. 이스트에그다. 마지막 게임이 공사장이고 기둥은 이미 낡아서 바랜 무너져 내려있다. 이미 다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사회. 가장 약자들을 골라서 탈락시키는 우리들의 모습. 그 문구와 게임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 약자를 탈락 시키는 길을 멈추고 공생의 길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안전제일’이라는 표지판을 꼭 달고 싶었다. 실제 공사장에서 무리한 공사하다가 무너져 내리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사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성장제일, 소비제일의 세상이다. 그래서 그 표까지 같이 넣었다.”
앞서 시즌2 당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시즌3가 마지막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딱지맨이나 프론트맨의 스핀 오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즌3 엔딩에서는 프로맨트맨이 기훈의 딸을 만나고 가는 길에 여성 딱지맨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을 한다. 미국 여성 딱지맨으로는 케이트 블란쳇이 특별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1부터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언급했었다. 미국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하는게 재밌을 것 같았다. 여성 캐릭터를 생각했다. 대사도 한마디 밖에 없다. 잠깐 나와도 각인이 되고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떠올랐을 때 케이트 블란쳇 밖에 없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지구 제일 수준에 연기를 하는 분이다.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 쉽게 하시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들에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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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은 K팝과 영화 ‘기생충’에 이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였다. 전 세계 메가히트작을 제작하고 공개하는 마지막 피날레는 대한민국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와 함께 팬 이벤트로 마무리됐다. 서울시가 함께한 이번 행사는 2024년 7월부터 약 348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총 456명의 스태프가 투입됐다. 서울광장에 꾸려진 체험존은 딱지맨, 회전목마, 줄넘기 등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총 10개의 테마로 구성됐고, 1.2km에 걸쳐 진행된 퍼레이드에는 무려 7.5m 높이의 ‘영희’가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약 38,000명의 팬들이 퍼레이드를 관람했고, 팬 이벤트 현장에 약 9,000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이 몰렸으며, 온라인 생중계는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4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드라마로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황 감독은 지난 5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처음에 퍼레이드를 한다고 했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고, 관광에 기여하고 그래서 도와준 것 같다. 마지막 편이 공개되고 전 시즌의 모든 캐릭터와 마무리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는게 영광스럽고 행복했다. 좀 울컥하는 마음도 있고, 무대에서 울컥하기도 했다. 해외 프로모션 가면 웬만하면 다들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해준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위상은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다르고 높아졌다. 그래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작품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사실 콘텐츠 업계는 너무 힘들다. 극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채널 드라마 수익이 없어서 제작도 힘든 상태다. 콘텐츠 업계 제작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저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기분이라 조심스럽다. 점점 K콘텐츠의 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동력 삼아서 변화에 맞는 전략을 세워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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